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종북 몰이’ 대열에 합류하려다, 사실관계마저 틀린 사례를 꺼내 빈축을 사고 있다.
한 전 총장은 25일 ‘푸른한국’이 연 ‘법질서 준수와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세미나’에서 “검찰총장 재직 때 종북 활동 전력이 있는 검사들을 찾아 사퇴시키고 징계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직 당시 검사 1900여명을 모두 스크린한 결과 종북주의를 신봉하는 검사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하지만 종북 활동을 하다 검찰로 들어온 검사를 찾아내 남자 검사는 사퇴하고 여자 검사는 징계했다. 징계하면 사퇴하는 게 일반적인데 자기가 징계에 불복하고 항소해 계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전 총장이 검찰 내 종북 척결의 성과로 제시한 사례의 내용은 실제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2010년 5월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을 압수수색해 정당 후원금을 낸 교사와 공무원 명단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명단에 기재된 교사·공무원을 수사해 기소했다. 한 전 총장이 지목한 검사 2명은 이때 수사 대상이 된 인물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장이 세미나에서 언급한 것과 달리 여성 검사인 강아무개 검사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사직을 권유받고 사퇴해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 검사인 윤아무개 검사는 중징계 처분을 받아 면직됐다. 윤 검사도 현재는 검찰을 나와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한 전 총장은 두 검사의 징계 경과를 반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윤 변호사의 사례도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했다. 윤 변호사는 당시 ‘부당한 징계’라며 면직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그는 1, 2심과 대법원의 면직처분 취소 소송에서 모두 이겼다. 윤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있은 뒤 사표를 내고 검찰을 제발로 나왔다. 검찰이 국가공무원법과 정당법 위반 혐의로 윤 변호사를 기소한 사건도 1심인 부산지법은 무죄와 면소 판결을 내렸으나 검찰이 항소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한 전 총장이 “징계에 불복하고 항소해 계류 중”인 여검사라고 지칭하면서, 종북몰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애꿎은 피해자가 나왔다. 임은정 창원지검 검사는 지난해 12월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검찰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무죄 구형’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현재 검찰 내부에서 징계에 불복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여검사는 임 검사 한명뿐이다. 그러나 임 검사는 한 전 총장이 주장한 ‘종북 검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이다.
민주당은 한 전 총장의 종북몰이 발언을 비판했다. 김영근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후배 검사를 사퇴·징계했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전직 검찰 총수이다. 우선 한상대 전 총장은 자중하는 것이 맞다. 재임 당시 ‘중수부장 감찰 지시 논란’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장본인이 조직 내 종북검사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논평을 냈다.
한 전 총장은 지난해 11월 검찰 개혁안 문제로 갈등을 빚은 당시 최재경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현 대구지검장)에 대해 무리한 감찰을 지시를 내리자 대검 참모들과 후배들에게 ‘용퇴’를 요구받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