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재판장 고영구)는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숨진 의무소방원 유족에게 국가가 1억5667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의무소방원 ㄱ(사망 당시 22살)씨는 지난해 3월 입대해 석달 동안 소방교육을 받은 뒤 경기 일산소방서에 배치됐다. 대체복무제의 하나인 의무소방원은 현역병 입영 뒤 추천이나 지원에 의해 선발되며 소방업무를 보조하는 일을 한다.
그해 12월17일 고양시의 한 공장에서 불이 나자 현장에 출동한 ㄱ씨는 건물의 외부를 촬영하고 추가 촬영을 위해 건물 2층 출입구 부근으로 들어갔다. 마침 2층 화장실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진압하기 위해 내부계단을 통해 연결돼있던 소방호스가 계단 난간 사이에 끼어있었다. ㄱ씨는 소방대원들을 도와 호스를 끌어올리다 발을 헛디뎌 뒤쪽에 있던 작업용 리프트 통로로 떨어졌고, 척추손상과 뇌출혈을 입고 치료를 받다 12일 만에 숨졌다.
ㄱ씨는 소방안전모를 쓰고 방화복 상의만을 입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의무소방원들에게는 직접적인 화재진압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소방공무원보다 간소한 안전장비가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의무소방원은 화재현장인 건물 내부에서 보조업무를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소방공무원들이 급박한 화재진압 현장에서 ㄱ씨의 행위를 방치한 채 적절히 지휘·감독을 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산소방서 공무원들이 정기적으로 의무소방원들에게 안전사고 방지 교육을 한 점, 불길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은 점 등을 감안해 국가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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