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진 한겨레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안승호)는 28일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정수장학회와 <문화방송>(MBC) 관계자들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수장학회의 문화방송 지분 매각을 논의한 비밀회동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 최성진 기자에게 징역 4월,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징역 6월 자격정지 1년을 선고유예했다. 선고유예는 범행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하게 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통화가 종료될 시점에 최 전 이사장이 휴대전화 종료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이진숙 전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과 이상옥 전 전략기획부장의 대화한 내용을 들은 행위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의 대화를 들은 것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최 기자가 우연히 들려온 대화내용을 끊을 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의무가 생기는지 여부는 대화 내용이 기준이 돼야 한다. 피고인이 세 사람의 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인식한 순간 청취·녹음을 하지 않을 의무가 생긴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도의 공익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통신비밀 보호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세 사람의 대화 내용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지분매각을 발표하기로 한 시점이 대선을 두 달 앞둔 10월19일이고, 지분매각을 발표하더라도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조성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영향이 줄어들 수 있어 (대화내용이 공개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할 만큼 중대한 공적 관심사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문화방송의 이진숙 전 기획홍보본부장, 이상옥 전 전략기획부장 등 세 사람의 대화 내용을 녹음·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인 같은 법원 형사5단독 이성용 판사는 지난 8월20일 청취와 녹음 행위를 분리해 청취는 유죄로, 녹음·보도를 무죄로 봤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공소장 내용 가운데 “녹음된 내용을 바탕으로 보도했다”는 부분을 “청취·녹음된 내용을 바탕으로 보도했다”로 공소장을 변경 신청했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최 기자에게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을 구형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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