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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밀양 희망버스’ 집회, 큰 충돌 없이 끝나

등록 2013-11-30 23:17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0일 오후 7시30분부터 열린 문화제에 참가해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다. 밀양/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0일 오후 7시30분부터 열린 문화제에 참가해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다. 밀양/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시민 2000여명, 송전탑 공사 현장 방문 뒤 희망문화제 열어
참가자 4명 한때 연행…“건설 강행은 국민 마음에 대못 박는 일”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765킬로볼트(kV) 송전탑 공사가 벌어지는 경남 밀양에 모인 시민 2000여명(주최쪽 추산, 경찰추산 1400명)은 30일 오후 7시30분께 밀양역 앞에서 희망문화제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를 열었다.

앞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오후 4시께부터 100~500여명씩 나뉘어 송전탑 공사 현장 근처에서 집회를 열었고 경찰은 공사장 진입을 막았다. 밀양 단장면 사연리 96번 송전탑 공사장 인근에서는 경찰이 참가자 4명을 연행해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이 연행되자 참가자들은 “연행자를 석방하라”고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고, 경찰은 이날 오후 6시10분께 연행자 4명을 모두 풀어줬다. 참가자들은 송전탑 공사 현장 여러곳에서 산발적으로 경찰과 대치했지만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날 밀양역 앞에서 열린 문화제에 모인 시민들은 “보상은 필요없다. 한전은 물러가라”, “우리가 밀양이다 우리가 용산이다 우리가 강정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화제에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 주민, 영광 핵발전소 건설 반대 주민, 용산참사 유가족 등도 참여해 밀양 주민들과 함께 싸울 것을 약속했다.

문화제의 첫 발언자로 나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밀양 송전탑 건설 강행은 밀양 주민뿐 아니라 온 국민의 마음에 대못을 박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장 (공사중단)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번쯤 많이 모였다고 자만심에 빠지지 말고 우리도 끈질길게 이 싸움을 이어가자”고 덧붙였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0일 경남 밀양 단장면 사연리 96번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밀양/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0일 경남 밀양 단장면 사연리 96번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밀양/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밀양 주민인 손희경(79) 할머니는 무대에 올라 “우리는 밀양마을 늙은이입니다”라고 소개한 뒤 “우리는 한 배를 탔습니다. 잘 가입시다. 한전놈, 경찰놈 말 듣지 마이소. 그 놈들은 입만 열었다 하면 숨쉬는 것 빼고 다 거짓말입니다. 모두 와줘서 감사합니다”라고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환영했다. 이후 밀양 주민 16명이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합창했고, 2000여명의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박자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들며 흥겹게 문화제를 즐겼다.

이날 문화제에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재능교육 노동자, 공무원노동조합 등도 무대에 올라 밀양 주민들과 함께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는 “여러분들이 이곳에 오시는 것은 단 이틀이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더도말고 덜도말고 ‘희망’ 그 자체였다. 다음에도 또 올 것이라는 희망 잃지 않고 우리가 이 밀양을 지키고 있겠다”고 말했다.

문화제를 지켜보던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 주민 장재분(56)씨는 <한겨레>와 만나 “아무도 우리 목소리를 안들어준다고 생각했다. 너무 외로웠다. 그러던 중에 (희망버스가) 내려와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신이 난다”고 말했다. 또 “싸움이 길어질수록 지루해질 수 있다. 그럴수록 즐겁게 지치지 않게 노래 부르면서 싸워나가야 한다. 좋은 결과가 있을 때까지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며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남 거제에서 봉고차를 빌려 12명의 동료들과 함께 밀양을 찾은 박광오(59)씨는 ”대단한 욕심도 아니고 큰 소원도 아닌 소박하게 농사를 짓고 싶다는 밀양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주지 않아 답답하다. 희망버스가 온다고 당장 뭔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긴 역사를 두고 볼 때 정부의 일방적인 개발 논리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만이라도 기록에 남기고 싶어 이 자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다큐멘터리 작가 강세진(40)씨는 “오늘 이렇게 모인 시민들의 힘으로 밀양의 주민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밤 10시께 문화제를 마친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 마을인 경남 밀양 상동면, 부북면, 산외면, 단장면 등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1일 오전 11시 밀양시청 앞에서 송전탑 건설 계획 취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정환봉 기자, 밀양/김미향 이재욱 김성광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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