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가동못할 용량 끼워넣고
지경부·한전에는 알리지 않아
법원, 공무원 징계 취소 판결
지경부·한전에는 알리지 않아
법원, 공무원 징계 취소 판결
2011년 전국을 혼란에 빠트린 ‘9·15 대정전’이 발생한 이유는 한국전력거래소가 지난 10년 동안 예비전력 수치가 부풀려진 것을 숨겨왔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심준보)는 2011년 대정전 당시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보고를 늦게 했다는 이유로 견책 처분을 받은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 김아무개(46)씨가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낸 징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전력거래소는 2001년 설립 당시부터 예비전력량을 실시간으로 표시하는 전력수급 모니터를 설치하고 이 단말기를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에도 설치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공사는 단말기에 표시된 수치를 당장 가동할 수 있는 예비전력으로 이해했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즉시 가동할 수 없는 발전기의 용량도 포함돼 있었다. 전력거래소는 설립 초기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이를 지식경제부나 한국전력공사에 알리지 않고 숨겨왔다. 9·15 대정전 당시에도 실제 예비전력이 0㎾로 떨어지는 등 블랙아웃 직전까지 몰리기도 했지만 지식경제부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또 전력거래소가 경보를 발령할 경우 미리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에 보고해야 하지만, 정전 당일 전력거래소가 오후 1시20분 ‘관심’ 단계, 오후 2시20분 ‘심각’ 단계 경보를 발령한 뒤에도 해당 부서에 보고하지 않았다. 순환 정전 10분 전부터는 부하(전력) 차단이 필요하다고 통보했다가 5분 만에 취소하는 등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정전사고 예방 주무부서인 지식경제부가 산하 법인인 전력거래소에 대한 감독 소홀로 전력수급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국가 경제와 국민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쳤으므로 국가가 피해 국민에 배상 책임을 질 수는 있다. 다만 전력거래소가 실제 예비전력량을 계속 은폐한 점 등을 고려하면 김씨가 당시 예비전력에 허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기 불가능했으므로, 공무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위법하다”고 말했다.
2011년 9월15일 오후 전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전국적인 정전이 발생할 상황에 놓이자 전력거래소는 오후 3시11분부터 지역별 순환 정전을 시행했다. 이 때문에 병원 등의 전기 공급이 끊겼고 피해신고만 9000여건, 피해액은 610억원에 이르렀다.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전력거래소가 예비전력을 허위로 보고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 이런 보고가 관행이었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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