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던 밀양주민이 6일 새벽 숨졌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막기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지난해 1월16일 분신자살한 이아무개(당시 74·밀양시 산외면 희곡리 보라마을 주민)씨에 이어 두번째이다.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유아무개(71·경남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고정마을)씨가 6일 새벽 3시50분께 숨졌다. 이에 앞서 유씨는 지난 2일 저녁 8시50분께 자신의 집 부엌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자살을 시도했다.
유씨의 큰아들(46)은 “아버지는 송전탑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다.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송전탑 건설을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유씨의 가족은 <한겨레> 기자와 만나 “3일 새벽 경찰이 병원에 찾아왔을 때 아버지는 직접 경찰관에게 ‘송전탑 공사에 반대해 죽으려고 농약을 먹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쪽도 “유씨의 요청으로 지난 4일 오전 김준한 대책위 공동대표가 병원에 찾아가 유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유씨는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한전)은 “송전탑과 송전선로 경과지 안에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한전은 “유씨의 집과 돼지축사는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 산360번지에 세워질 119번 송전탑에서 400여m 떨어져 있다. 경과지 마을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상금과 소음진동에 따른 축사 피해 보상은 받을 수 있지만, 송전탑과 송전선로 주변 180m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토지·가옥 보상에서는 제외되며, 이 내용을 지난달 유씨에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유씨의 빈소는 경남 밀양시 내이동 밀양농협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밀양 부산/최상원 김영동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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