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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기훈씨 무죄 주장 뒷받침…20년만에 진실 밝혀지나

등록 2013-12-12 22:19

강기훈씨 유서 대필 사건 재심
변호인 “국과수 김기설 필적 상당히 유사하다는 결과 내놔”
재판부서 증거채택…검찰 “기존 감정서 작성과 달라” 주장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강기훈(49)씨의 ‘유서 대필’ 사건의 진실이 20여년 만에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재심 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유서를 대필하지 않았다’는 강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필적 감정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져, 내년 2월께 선고될 예정인 재심 결과가 주목된다.

유서 대필 사건은 노태우 대통령 집권 당시 정부의 실정과 공권력의 폭력에 항의하는 대학생·노동자들의 분신이 잇따르자, 검찰이 1991년 5월8일 분신자살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동료인 강기훈씨가 대필해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기소함으로써 공안정국을 몰아온 사건이다. 강씨는 당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사건이 조작된 정황들이 드러나면서 2012년 10월19일 대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번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강기훈씨의 재심 재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2007년 11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기설씨의 유서 필적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노트 등 김씨의 평소 필체와 같고, 강기훈씨의 글씨와는 다르다’는 감정 결과를 토대로 강씨의 유서 대필 사건이 조작됐다는 결론을 냈다. 이를 근거로 강씨가 2008년 재심을 신청하자, 검찰은 오히려 전대협 노트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대법원도 재심 개시를 결정하면서 “전대협 노트 발견 경위에 의문점이 있고, 진실·화해위원회가 김기설의 필적이라는 예단을 가지고 감정을 진행한 것이 의심된다”고 여운을 남겼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재심 재판에서도 전대협 노트의 신빙성을 계속 문제삼았다. 전대협 노트가 진짜 김기설씨가 쓴 게 맞는지, 김씨의 평소 필적과 비교해보자는 요구를 했다. 강씨 쪽은 검찰이 시간끌기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핵심은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써줬냐는 것인데, 김씨의 유서와 강씨의 필체가 다르다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결과에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김씨가 썼다는 전대협 노트의 진위 여부에 대한 공방으로 몰고간다는 지적이었다. 간암 투병 중인 강씨는 한달에 한번꼴로 열리는 재판을 지켜봐야 했다.

여기에 전대협 노트를 보관하던 국가기록원은 원본을 제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국과수는 속필체와 정자체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진실 규명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결국 재판부는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전대협 노트를 압수해 국과수에 감정의뢰했고, 이번에 결과가 나온 것이다.

12일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권기훈) 심리로 열린 강씨의 자살방조 혐의 재심에서 국과수의 감정 결과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강씨의 무죄 주장과 부합하는 쪽으로 결과가 나왔다고 강씨 변호인은 밝혔다. 강씨의 변호인인 송상교 변호사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과수가 ‘속필체와 정자체가 섞여 있어 비교가 힘들지만 (정자체끼리, 속필체끼리) 뽑아보니 상당히 유사하고 동일성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고 말했다. 김기설씨 유서와 전대협 노트, 김씨의 평소 필적이 모두 동일하다면, 강씨는 유서 대필이라는 혐의를 벗게 되는 것이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국과수의 기존 감정서 작성 방식과 다른 형태로 답변이 왔기 때문에 관련 규정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상당 부분 심리가 이뤄졌다. 감정 결과에 대한 양쪽의 의견을 검토한 뒤 심리를 종결하겠다”며 국과수 감정 결과를 증거로 채택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상규명 당시 김기설씨의 필적 감정에 참여했던 감정인 이아무개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이 ‘진실·화해위 조사관들이 감정인에게 김기설씨의 필적이 맞는 것으로 결론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이씨는 “당시 감정할 때 다른 감정인과 의견을 교환하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오로지 필적만 보고 판단했다”고 진술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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