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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밥그릇 앞에서 양심 거세…안녕못합니다”
‘안녕들…’ 대자보 10여개 대학으로 거센 확산

등록 2013-12-13 17:24수정 2013-12-24 09:46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화면 캡처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화면 캡처
페북에서도 ‘좋아요’ 1만건 열띤 호응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27)씨가 지난 10일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올린 대자보가 깊은 울림이 되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저는 오늘부터 안녕하지 않습니다’, ‘안녕하지 못합니다. 불안합니다’ 등의 제목으로 가톨릭대학교, 광운대, 성균관대, 연세대, 중앙대 등 10여곳 이상의 대학에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였다. 페이스북에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페이지도 지난 12일 저녁 8시에 개설됐으며, 하루도 안된 13일 오후 5시20분 현재 ‘좋아요’가 11,145명에 이르렀다.

성균관대의 한 학생은 “시험공부를 하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니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내용은 주변의 문제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이야기였고, 또 펜대를 잡았다. 그런데 860명의 철도노동자들이 또 직위해제 됐다는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고 대자보에 적었다.

이 학생은 이어 “용산 철거민의 죽음, 평택 쌍용자동차 노동자 해고 등을 보며 세상이 잘못됨을 확신했지만, 군 복무 후 복학을 하면서 과거의 나를 세탁하고 안녕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국가기관 선거개입, 철도노동자 직위해제 등을 보면서 안녕하고자 했던 내가 부끄러워져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답하고자 합니다. 저는 오늘부터 다시 안녕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연세대 학생도 대자보를 통해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답했다. 이 학생은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남일 같지 않다. 나는 안녕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안녕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에 휩싸여 자꾸만 불안하다. 그리고 묻고 싶다. 다들 안녕하십니까? ,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인지요. 나는 올 겨울, 모두가 안녕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는 “OO해서 안녕못합니다”를 적는 ‘포토 서명’도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내 신념을 표현하면 돈 못 벌 것 같아서 나는 안녕치 못합니다’, ‘밥그릇 앞에 양심을 거세해야 해서 나는 안녕치 못합니다’, ‘현실에 무관심했던 내가 창피해서 나는 안녕치 못합니다’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앞서 지난 10일 주씨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다. 주씨는 대자보를 통해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주씨는 이어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는 아이엠에프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해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고, 무관심하길 강요받아 왔다”고 적었다. 그는 “다만 묻고 싶다.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 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어나 있는 건 아닌지 여쭐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성균관대에 붙은 대자보
성균관대에 붙은 대자보
연세대에 붙은 대자보
연세대에 붙은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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