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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안녕하지 못합니다”
오프라인으로 나온 청년들의 함성

등록 2013-12-14 16:29수정 2013-12-24 09:47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이 자필로 써서 14일 고려대에 붙인 ‘학생여러분 고맙습니다‘ 대자보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이 자필로 써서 14일 고려대에 붙인 ‘학생여러분 고맙습니다‘ 대자보
“안녕들하십니까” 호응, 학생들 성토대회
철도민영화 논란, 밀양 송전탑 문제,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 등 사회문제에 ‘무관심하지 말자’는 한 대학생의 대자보에 호응하는 청년들 200여명이 함께 모여 행동에 나섰다.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를 쓴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27)씨와 대자보 내용에 뜻을 함께하는 청년 30여명은 14일 오후 3시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서 밀양 주민 고 유한숙씨 추모문화제, 철도민영화 반대 범국민대회 등에 참여하는 일정을 담은 ‘서울역 나들이’ 행사를 열었다. 눈발이 날리는 강추위 속에서도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근처를 지나던 학생들까지 합류하면서 순식간에 참가자가 200여명으로 늘었다.

행사는 사회자가 “안녕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아닙니다.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답하는 구호로 시작됐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해’라는 가사가 담긴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도 함께 불렀다. 추모문화제에 참여하기 전 오후 3시부터 한시간가량 진행된 ‘왜 여기에 왔는지 고백하는 성토대회’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냈다.

한 국민대 재학생은 무대에 올라 “솔직히 일주일 전에는 내가 좋아하는 야구팀이 우승했고, 나는 결혼도 해서 ‘안녕하다’고 답했을 거다. 그냥 안녕하다고만 생각하고 조용히 내 할 일만 하고 살았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니 ‘나는 통진당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전제를 깔고 이야기하는 습관이 생겼더라. 이때 내가 이런 전제를 달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는 사회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학생 강은하씨는 “고대 자보를 보고 우리 학교에 응답 자보를 썼다. 저는 양성애자이고 트렌스젠더다. 성소수자도 여러분과 같은 시민이다. 철도민영화가 되면 나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무대에 올라 “지난 월요일 정경대 후문에 붙여진 대자보를 보고 나도 안녕하지 못하다 생각해서 여기에 모였다. 지금 밀양에는 초고압 송전탑을 세우는 문제로 할아버지 한 분이 음독자살하셨다. 경찰이 서울 분향소를 다 치워버렸다. 핫팩과 음료수를 밀양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현우씨와 함께 행사를 주최한 고려대 철학과 강태경(25)씨는 “철도노조 직위해제 후 울분과 부당함을 느꼈고 이를 자보로 썼다. 자보로만은 안 되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행사를 마련했다. 오늘 행사에 참여하겠다고 페이스북에서 응답한 사람만 380명”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성토대회를 마친 뒤 서울광장으로 이동해 고 유한숙씨 추모문화제에 참여했다. 이어 서울역으로 이동해 철도민영화 반대 범국민대회에 합류한 뒤 해산했다.

한편,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로 시작된 ‘대자보 릴레이’에 동참했다. 김 위원장은 “학생여러분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자필로 써서 14일 오전 서울 안암동 고려대에 붙였다. 김 위원장은 대자보에서 “여러분과 이렇게 대화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조금만이라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가겠습니다”라고 썼다.

♣H6s김효실 이재욱 김미향 기자 trans@hani.co.kr

-김명환 위원장 대자보 전문-

학생 여러분 고맙습니다. 철도노조 위원장 김명환이라고 합니다.

‘수서 KTX 주식회사’ 설립은 철도민영화로 가는 시발점입니다. 지난해 MB정부가 수서 KTX 민영화를 추진하려다 특혜 시비로 좌초된 적이 있습니다. 

올해 박근혜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분으로, 단계적으로 민영화를 추진하려 하는 것입니다. 즉 우회적 꼼수 민영화입니다. 

대통령이 프랑스 가서 철도 개방 약속하고 기립박수를 받고 내년부터는 물류 화물 분할 민영화, 2015년 8개 지역 노선 민영화, 차량 정비회사 분리 등 철도를 외국의 다국적 철도 자본에 개방하고 내부를 조각조갈 분할 민영화하려는 것입니다. 

청춘을 바쳐 철도에서 일해 온 철도 노동자들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맞서 저항할 수밖에 없습니다. 양심, 분노, 영혼이 있는 철도 노동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공사 경영진은 대화는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매도하고, 직위해제 7천9백명, 200명 고소고발 등 억누르고 겁박만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국민들께서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해주셔서 그 힘으로 버티고 싸우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불편을 조금만 참아 주시면 꼭 철도 민영화를 막아내겠습니다. 

여러분과 이렇게 대화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에 이 어떤 어려움이 닥쳐온다 해도,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 조금만이라고 경종을 울릴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가겠습니다. 학생 여러분 고맙습니다. 

2013. 12. 14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 김명환

“탈선을 향해 질주하는 열차를 잠시 멈추고, 선로를 바로잡으려 합니다. 다시 달리기 위해 잠시 멈춥니다.”

- 철도노조 12. 9 총파업 선언문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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