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송년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팩트TV 캡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북한의 장성택 숙청과 남쪽의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같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16일 “망언”으로 규정하며 “친노는 폐족”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 전 장관은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노무현재단 송년행사에 참석해 “2013년은 사건사고가 많은 한 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게 기억나는 것은 동종의 사건이 남북한에서 동시에 터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종의 사건'은 “북에서는 장성택 숙청 사형이고, 남쪽에서는 이석기 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이다. 제가 보기엔 그건 같은 사건이다. 북에선 국가 전복음모로 나왔고 우리식으로는 그게 내란 음모”라고 밝혔다. 이어 “장성택 사건을 뉴스로 보면서 신체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죄형 법정주의 등 우리 헌법이 명시한 가치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절감했다”며 “그런데 소위 아르오(RO) 사건 때를 보면 지금 (북한) <인민일보>나 <조선중앙통신>에서 장성택의 범죄행위 관련 여론몰이하는 것을 보면, 사실적 근거 제시가 없고 변호인도 없고, 민청학련, 5.18 때 그 모습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이석기 의원을 높이 평가하지 않지만, 아르오 사건 때 조중동 신문을 비롯한 종편들의 보도 태도 보라. 그게 <인민일보>하고 뭐가 다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 전 장관은 ‘지도자 세습’의 관점에서 북한의 김정은 정권과 남한의 박근혜 정권을 동일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따옴표치고 ‘위대한 수령’의 손자가 다스리고, ‘반인반신’의 따님이 다스리고 있다”며 “7.4 남북 공동성명 발표할 대도 서로 짜고 유신 쿠데타 할 때도 알려줬다고 들었는데 이것은 우리 사회가 어디에 와 있고 우리 사회에서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극명히 보여준, 같은 죄명 아래 벌어진 동종의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시민 전 의원은 이석기 사건에 대해 망언을 했다”며 “3대 체제 구축을 위해 2인자를 숙청한 일과 대한민국 체제수호를 위해 국가전복세력을 수사하는 것을 동일선에서 인식하다니 기가 막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국가관을 가진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홍 사무총장은 “유 전 의원의 발언을 접한 국민들은 통합진보당이나 친노나 ‘초록은 동색’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친노 세력이 활발한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들 머릿속에는 친노는 폐족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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