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KT, 삼성제품 시험장 될 것’ 우려
‘김기춘 비서실장과 친분’ 소문도
‘김기춘 비서실장과 친분’ 소문도
황창규(60·사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차기 케이티(KT) 회장으로 내정됐다.
케이티 최고경영자(CEO)추천위원회는 “황 전 사장을 신임 회장으로 추천하기로 했다. 황 내정자가 미래전략 수립과 경영 혁신에 필요한 비전 설정 능력과 추진력, 글로벌 마인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황 내정자는 이날 오후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임주환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권오철 전 현대하이닉스 사장과 함께 추천위원 면접을 거쳐 회장 후보자로 내정됐다. 황 내정자는 내년 1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재계 11위 대기업집단이자 ‘통신업계 맏이’인 케이티의 수장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부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학·석사),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대학원(박사)을 거친 황 내정자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 메모리사업부장, 기술총괄사장을 거친 삼성맨이다. ‘메모리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두배씩 늘어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반도체 전문가이기도 하다. 2000년 지식경제부 국가연구개발전략단장을 거쳐 올해부터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삼성 출신 반도체 전문가’가 공기업에 뿌리를 둔 통신기업의 새 최고경영자로 내정됨에 따라 케이티는 또다시 적잖은 변화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이석채 회장이 물러난 뒤 ‘삼성 출신이 올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제기됐던 ‘삼성전자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직계열화에 케이티가 동원될 수 있다’ ‘케이티가 삼성 제품의 테스트베드(시험장)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와 의혹을 황 내정자가 어떻게 풀어나갈지도 관심사다. 노동계에서는 전임 이석채 회장의 가장 큰 문제가 재벌식 전횡과 독선경영이었는데, 황 내정자가 이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쪽과의 관계 설정도 관심거리다. 엠비(MB)정권 ‘낙하산’이었던 이석채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뒤 거취 논란에 휘말리며 경영불안으로 이어졌다. 황 내정자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과 친분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업무를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통신 산업으로 확대해 미래 정보통신기술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창의와 혁신, 융합의 케이티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사진 케이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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