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박영수 중앙수사본부장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희자씨 회사주식 BFC 통해 사들여
김우중(69) 전 대우그룹 회장이 회삿돈 1천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검찰수사에서 새로 드러났다. 대우그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박영수)는 2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그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횡령액 1천억원대=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의 영국금융조직인 비에프시를 통해 횡령한 액수는 모두 1141억원이다. 그는 1983년부터 2000년까지 비에프시에서 페이퍼컴퍼니인 퍼시픽인터내셔널로 빼돌린 4771만 달러로 부인 정희자씨가 대주주로 있는 ㈜필코리아의 주식을 산 것으로 밝혀졌다. 또 ㈜대우 미주법인의 회삿돈 4430만 달러를 비에프시를 통해 무기거래상 조풍언씨의 페이퍼컴퍼니인 케이엠시 인터내셔널로 송금하고, 2000년 회삿돈으로 산 자신의 전용 비행기를 1450만 달러에 처분해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또 김 전 회장이 비에프시 자금으로 사들인 △전시용 유화와 조각품 등 46억원 어치의 고급 미술품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의 80만달러짜리 고급주택 △프랑스 플로방스 지역의 59만평의 포도밭과 ㈜대우 홍콩법인에서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킹스톤인터내셔널 계좌에 예치된 비자금 400만 달러 등을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에 통보해 환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남은 의혹=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1998년 대우가 경남 옥포 땅을 53억6300만원에 매각한 사실을 밝혀냈으나, 이전 수사팀이 확인한 4억원(송영길 의원에게 1억, 이재명 전 의원에게 3억) 외에 나머지 50억원에 가까운 돈의 사용처는 밝혀내지 못했다.
또 회사계좌로 입금되지 않은 7억원의 위장계열사 매각대금의 사용처와 김 전 회장이 무기중개상 조풍언씨에게 무슨 명목으로 4430만 달러를 송금했는지도 규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당시 문제의 자금을 관리했던 대우계열사 전직 사장들이 입국하는 대로 수사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출국 권유설’과 관련해 김 전 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이기호 경제수석과 이근영 금감위원장에게 ‘출국 권유’ 의사를 확인했으며, 경영권을 보장받았다”고 진술했으나, 이근영씨 등은 “김 회장과 대화한 적도 없으며, 출국을 권유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워크아웃을 하면서 경영권을 보장해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 한계=김 전 회장 입국 당시, “김우중 리스트가 있어 여의도 정가가 떨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때문에 대우 구명을 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이 이번 수사의 최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검찰은 이에 화답하듯 수사 초기에 “추궁할 게 몇 가지 있다, 김 전 회장이 입을 열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으나, 구체적인 비자금 액수를 확인하고도 그 사용처를 확인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김우중씨 한 사람의 진술에 의존한 수사인데 입을 다물었고, 지병을 이유로 수사 기간 내내 긴장을 해야했기 때문에 김 전 회장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것 같다”고 말했다.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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