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조건 개선과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총장실을 점거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 본관 앞에서 집회를 한 뒤 자신들이 사용했던 깔개 등 집회용품을 쓰레기봉투에 담으며 주변을 정리하고 있다. 이들이 농성을 시작하며 본관 건물에 내건 펼침막에는 “중앙대 식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소노동자들은 안녕하지 못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파업 중인 중앙대 청소 노동자
학생들에 전하는 대자보 걸자
“미안해하지말고 당당히 이기세요”
‘지지와 반성’ 뜻 담긴 답장 쏟아져
학생들에 전하는 대자보 걸자
“미안해하지말고 당당히 이기세요”
‘지지와 반성’ 뜻 담긴 답장 쏟아져
‘노조 같은 것’은 딴 세상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김아무개(64)씨는 지난주 태어나 처음으로 대자보를 썼다. 그는 대학 청소노동자다. 지난 16일부터 파업을 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서울경기공공서비스지부 중앙대분회 소속 조합원이다. 먹고살아 보자고 파업에 나서면서도 미안했다. 학생들이 눈에 걸렸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마음을 표현이라도 해보자고 함께 중앙도서관과 법학관 등에 대자보를 걸었다.
‘학생들에게 먼저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요. 시험기간에 깨끗하게 못 해 주어서 미안해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아들 딸, 너무 미안하고 사랑해.’ ‘화장실이나 복도에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는데 이렇게밖에 할 수 없어요. 우리를 지지해 주세요.’ 오랜만에 쓰는 손 글씨라 비뚤비뚤 흔들렸지만 진심을 담았다. 김씨는 “학교를 깨끗이 청소해줘야 시험도 잘 볼 텐데… 미안해서 글을 썼다”고 했다.
학생들은 대자보로 응답했다. 처음에는 청소노동자들의 대자보 여백에 글이 적혔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지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반성과 연대의 뜻을 담은 대자보도 등장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청소노동자분들께 안부 인사 한번 건네지 못했습니다. 미안해 마시고 당당하게 이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청소노동자들의 전단지 한 장 받는 것에도 인색했습니다. 주머니에 넣은 손을 이제 꺼내 보려 합니다.’
건물마다 ‘청소 어머니들께서 보내온 마음에 학생들도 응원 한마디 해주세요’라는 제목만 달린 빈 대자보가 붙었고 학생들이 글을 채워 넣었다. ‘진심으로 지지합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꼭 성공하세요♡’라고 적은 형형색색의 포스트잇도 벽을 채웠다. 영문학과에 다니는 이유경(19)씨는 “그동안 행동으로 나서지 못한 것이 죄송하다. 주변이 조금 더러운 것쯤은 사소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연대를 등에 업고 청소노동자들은 18일부터 총장실 앞에서 농성도 시작했다. 농성 중인 한 청소노동자는 “여학생들이 화장실에 많이 오는데 그때마다 내가 ‘미안해요.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고 말하면 다들 ‘아니에요 어머니 힘내세요’라고 말해준다. 정말 고맙고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의 대자보에 교수와 교사들도 지지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대자보를 철거하고 경고방송을 해 논란이 된 서울 동덕여고에서는 18일 교사가 학생들을 응원하는 대자보를 붙였고, 중앙대에서도 사회복지학과 교수 3명이 실명으로 학생들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내걸었다. 동덕여고는 논란이 이어지자 19일 신고 절차만 지키면 대자보 게시를 막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승헌 이재욱 기자 abc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