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간첩 누명을 벗은 함주명(74)씨가 형사보상금 3억3천여만원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이호원)는 7월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함씨의 형사보상금 청구사건에서 “국가는 3억3천6백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형사보상법상 형사소송법의 일반절차나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구금을 당한 데 대해 국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함씨가 1983년 2월18일부터 1998년 8월15일 석방될 때까지 구속영장발부 이전의 불법구금을 포함해 모두 5658일 동안 구금을 당한 것이 명백하다”며 “구금기간 중 입은 재산손실과 정신고통, 신체손상, 함씨의 연령과 생활 정도, 그리고 경찰·검찰·법원의 고의 또는 과실 등의 사정을 고려해 국가는 구금일수 하루당 5만9400원씩으로 계산해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5만9400원은 함씨가 석방된 1998년 당시 하루 최저임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1983년 2월18일 치안본부 대공수사관들에 의해 강제연행돼 구속영장 없이 대공수사단 조사실에 구금된 상태에서 이근안씨 등의 고문 조사를 받은 함씨는 198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의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하다 1998년 8·15 특별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서울고법은 7월 재심을 통해 “고문으로 인한 함씨의 거짓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며 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피고인과 검찰 양쪽 다 상고하지 않아, 같은 달 23일 확정됐다.
함씨는 곧 국가에 대해 민사책임도 물을 예정이다. 함씨의 변호를 맡은 조용환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함씨가 당한 고통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해 재심을 통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대해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뒤, “국가는 형사보상금 949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보상금 액수는 949일 동안의 구금일수 하루당 10만원씩으로 계산됐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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