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보 더보기 : 응답하라! ‘안녕’ 대자보
“산타를 언제까지 믿었어?”
어쩌면 산타의 부재를 알게 되는 것이 우리가 ‘어른’이 되기 위한 첫번째 관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순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또는 누군가의 폭로로, 그것도 아니면 산타가 된 엄마와 아빠를 목격함으로써 우리는 산타의 부재를 깨닫게 됩니다. 어린 시절 가장 큰 환상이 깨지고, ‘현실’과 만나게 되는 순간이죠.
우리는 꿈과 환상을 ‘현실’에게 내주며 어른이 되어왔습니다. ‘뭔가 잘못되었다’, ‘이렇게 살긴 싫은데’라는 불만을 품다가도 ‘어쨌든 현실은 달라’라며 죽은 듯 공부하며, 스펙을 쌓고, 좋은 직장을 찾아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이런 우리를 비난할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우리 각자는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니까요. 이 사회가 우리에게 얼른 어른이 되기를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아직도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이들이 많이 남아 있었나 봅니다. 누군가의 “정말 당신 안녕하냐”는 물음에 너도나도 “안녕하지 못하다”며 호응하고 나섰습니다. 다시 꿈과 환상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치 “너희가 믿지 않으니 산타가 오지 않는 것”이라던 꼬꼬마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또 왠지 모를 미소가 얼굴 가득 피어오릅니다.
조금은 용기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아직은 어른이 되지 않아도 되겠구나. 꿈을 찾아도, 환상을 좇아도 내 편이 되어줄 분들이 많이 남아 있구나. 이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저는 이번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물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이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곧 성탄절입니다. 저는 이번 성탄절에 학기 수업과 시험을 핑계로 외면했던 경북 청도 삼평리를 다녀올 생각입니다. 그곳에서도 밀양처럼 송전탑 문제로 많은 할매, 할배들이 풍찬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고 있을 그분들에게 작은 힘이나마 보태드리고 오면 조금은 ‘안녕’해질 것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들도 안녕한 성탄절 맞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경북대 경영 06 상원
<한겨레>는 이 시대 ‘안녕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싣는 ‘대자보판’을 지면에 마련했습니다. 사연을 전자우편(ruok@hani.co.kr)으로 보내주세요. <한겨레>는 이 시대 ‘안녕하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싣는 ‘대자보판’을 지면에 마련했습니다. 사연을 전자우편(ruok@hani.co.kr)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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