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보 더보기 : 응답하라! ‘안녕’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내걸어 전국에 ‘안녕들’ 바람을 일으킨 고려대 학생 주현우(27·경영학과)씨와 강태경(25·철학과)씨 등 20여명이 공동으로 작성한 글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물음을 넘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들은 “우리 모두의 안녕을 제 손으로 만들어가는 발걸음은 멈출 수 없다”고 적었다.
“안녕들 하십니까?”란 제목으로 써 내려간 대자보가 붙은 지 벌써 20여일이 흘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자보의 첫 줄에서 언급된 철도노조 파업은 경찰의 민주노총 침탈이란 초유의 사건과 더불어 사상 최장기간 끝에 마무리되는 중입니다. 그저 학내에서라도 공유됐으면 했던 손글씨 대자보가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물론 개인과 철도의 안녕, 그리고 우리의 안녕까지 묻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주말 한 방송 프로그램은 송년 특집 제목으로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마지막에 대자보 열풍을 소개했다 합니다. 결국 이 열풍의 이면에는 더 이상 침묵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또한 말이란 허락받고 하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중의 분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노의 대상은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자신의 삶, 결국 ‘안녕’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안녕치 못함을 고백하는 목소리는 청년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청소년에서 중장년층, 성소수자와 장애인 등 전 세대와 차별받는 이들, 안녕치 못한 모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막힌 봇물이 터져 나온 격이랄까요. 또한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나름의 실천을 해내가고 있습니다. 부산, 창원, 광주와 대전을 비롯한 각 지역의 자생적인 ‘안녕들 하십니까?’ 성토대회와 지난 토요일의 ‘뜨거운 안녕’ 행사가 그에 해당할 것입니다.
안부를 묻는 목소리에 공감한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그 이유를 찾기 위해,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당장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20여일 간 그 일을 앞장서 해온 저희 ‘안녕들’은 이제 고민과 참여의 폭을 전국으로, 모두에게 열고자 합니다. 지역별, 분야별 고민의 장을 보다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대자보를 쓴 이들의 생각을 한데 모으고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사람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그것은 더 이상 안녕함을 묻는 것만으로 끝나지도, 그저 한 철의 이벤트로 전락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의 정치를 해내어가는 것, 모두의 안녕을 얻기 위해 함께 목소리 내고 행동하는 것. 비록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와 함께 한 해가 마무리된다 할지라도 각자의 안녕으로부터 우리 모두의 안녕을 제 손으로 만들어가는 발걸음은 멈출 수 없습니다. 그것은 ‘세상이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상식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의 안녕을 위해 이 발걸음을 안녕하지 못한 모든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주현우·강태경과 함께하는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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