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이름 안밝히고 2년째 수억 기부
이름 안밝히고 2년째 수억 기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기부금을 내놓았던 대구 ‘키다리 아저씨’가 올해도 찾아왔다.
2012년 연초와 연말에 나타났던 남성이 올해도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찾아와 소외된 이웃에 전해달라며 1억2000만원을 전달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지난 30일 오후 4시쯤 대구 중구 삼덕동 대구 공동모금회에 한 남성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부를 하고 싶다. 모금회 사무실 앞에서 기다릴테니 직원을 내려보내달라’고 했다.
황급히 사무실 앞으로 뛰어나간 대구 공동모금회 방성수(55) 사무처장에게 이 남성은 “소외된 이웃한테 쓰여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채 1억2000만원짜리 수표 1장이 담긴 봉투를 건네고 사라졌다. 방 처장은 그에게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나를 알리고 싶지 않다”며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방 처장은 “60대 중반쯤 돼 보이는 남성이며, 사업을 하고 있다고만 하더라. 이름이나 신분 등이 밝혀지는 걸 꺼려 모금회 사무실을 방문하지 않고 사무실 앞 길에서 수표를 전달하고 곧바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2012년 1월 처음으로 대구 공동모금회에 익명으로 1억원을 기부한 데 이어 그해 말에도 사무실 주변 식당에서 모금회 직원에게 1억2000만원을 전달했다. 지금까지 세 차례 모두 3억4000만원을 기부했다.
대구공동모금회 쪽은 “키다리 아저씨의 뜻을 받들어 소외되고 가난한 대구 시민들을 위해 돈을 쓰겠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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