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일부 개정안 입법예고
‘징역1년 미만’ 혐의는 제외키로
선거법 위반 대부분 대상 안돼
대법 “사법참여위 존중” 반대
‘징역1년 미만’ 혐의는 제외키로
선거법 위반 대부분 대상 안돼
대법 “사법참여위 존중” 반대
법무부가 대부분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비판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이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자, 새누리당 등이 ‘배심원들이 정치적 판단을 했다’며 선거법 위반 사건 등은 참여재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방안에 대해 대법원은 참여재판을 확대하는 취지의 국민사법참여위원회 결정을 거스른다며 반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31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1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범죄만 참여재판 대상으로 한다는 원칙을 강화했다. 그동안에는 공직선거법과 치료감호법 등의 규정에 따라 징역 1년 미만의 죄목이라도 참여재판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 이런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의 여러 죄목 가운데 법정형이 징역 1년 이상인 것은 당선인 매수 및 이해유도죄, 군인에 의한 선거자유 방해죄, 투표 위조죄 정도뿐이다. 일반 시민들이 선거 기간에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에 흔히 적용되는 허위사실 공표죄와 후보자 비방죄 등은 모두 참여재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나는꼼수다> 진행자인 김어준·주진우씨, 안도현 시인 등도 이 죄목들로 기소됐다.
개정안은 또 검사에게 국민참여재판 배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고, 판사가 참여재판을 배제할 수 있는 사유에 ‘범죄의 성질 기타 사정으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불공평한 판단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추가했다. 참여재판을 안 해도 되는 길을 더 열어놓은 것이다.
법무부가 지난 10월11일 참여재판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때만 해도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김어준·주진우씨, 안도현 시인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잇따라 무죄평결을 내리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법리가 어려워 시민들에게 판단을 맡기면 안 된다’는 따위의 주장을 했다. 두달여 뒤 법무부가 여당의 이런 요구를 반영한 개정안을 다시 입법예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징역 1년 이상 범죄를 참여재판 대상으로 한다는 제도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지 공직선거법을 제외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법조계 인사는 “제도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다며 고작 두 개의 법을 제외하는 셈이다. 공직선거법을 빼고 싶은데 그렇게 하면 논란이 되니 우회적인 방법을 쓴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개정안은 지난 3월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결정한 최종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민사법참여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법무부의 개정안과 같은 의견이 나왔으나 입법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위원회의 최종안에서 빠진 것이다. 각계각층의 시민 입장이 충분히 반영된 위원회의 최종안을 존중할 필요가 있어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내년 1월20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국회에 제출된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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