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사퇴, 국가정보원 사건 특검 실시’를 요구하며 분신한 이남종(40)씨의 주검은 유족이 원할 경우 광주 망월동 묘지에 안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2일 “시민·사회단체 등의 사회적 합의만 되면 망월동 묘지에 이씨의 주검이 안장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망월동 묘지는 5·18민주화운동 직후인 1980년 광주시 북구 운정동 망월묘지공원 3묘역에 5·18 희생자들의 주검이 청소차에 실려와 묻힌 곳으로 흔히 ‘5·18 구 묘역’으로 불린다. 지난 1997년 5·18 신묘역이 완성된 뒤 망월동 묘지의 영령들은 새 묘역(국립5·18민주묘지)으로 이장됐다. 현재 망월동 묘지 489개의 묘지 중 1987년 6월 9일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경찰 진압으로 숨진 고 이한열 (연세대 경영학과 86학번) 열사 등 민주화 운동 관련자 묘지 41기와 5·18민주화 관련자의 가묘 149기, 일반 시민 묘지 225기 등이고, 24곳의 묘지가 비어 있다.
광주시는 2011년 망월동 묘역에 안장 기준인 ‘민주화운동 관련자 심의기준 조례’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아직 제정되지 않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공론이 모아지면 시립 묘역 관련 조례에 따라 안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광주시는 올해부터 5·18 구 묘역에 안장돼 있는 민주열사들을 추모하는 민족민주열사 기념관을 설립할 예정이어서 앞으로 망월동 묘지 안장 기준 조례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광주시국회의 등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2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광주와이엠시에이(YMCA) 무진관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오후 6시 합동분향하기로 했다. 광주시국회의 한 관계자는 “장례절차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단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했다”며 “이씨의 유족들과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논의해 망월동 묘지를 장지로 결정할 경우 5·18단체도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의 빈소는 1일 오후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유족들은 이씨의 장례를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시민장으로 치른 뒤 광주 망월동 묘지에 안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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