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부고 교사 이윤씨 민족문제연구소에 글
“사전편찬 전폭 지지 악의적 왜곡 이들엔 질타”
지난달 29일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발표와 관련해 한 교사가 스스로 친일인사 후손이라고 고백하고, 사전 편찬에 전폭 성원을 보낸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 홍대부고 교사 이윤(61)씨는 3일 사전 편찬 작업을 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에 전자우편을 보내 “조부님이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명단에 오른 이준식님”이라고 밝혔다. 그는 편지에서 “토지측량기사로 관직을 시작해 1930년대 충북 음성군수를 지낸 할아버지가 ‘당연히’ 사전에 기재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할아버지는 해방 뒤 과거를 버리고 은둔자로 시종하셨고, 숙부님 또한 대학 재학 중 학병으로 징집돼 일본군 소위로 해방을 맞았지만 동료들의 집요한 권유를 뿌리치고 군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부님은 온화한 성품이셨지만 약주를 드신 날은 이승만 정권에 빌붙어 잘 지내던 옛 지인(충청 출신 군수급 관료)들을 나무라는 주정을 늘어놓곤 했다”고 썼다.
그는 이어 친일인명사전 편찬에 시비를 거는 이들을 질타했다. 그는 “자신과 조상의 허물이 클수록 숨죽이고 이를 지켜보아야 할 마당에 만년 기득권 세력인 그 후예들은 악의적인 왜곡을 하면서 선정 과정과 발표 의도에 먹칠을 가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며 “‘조·중·동’을 필두로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속죄하지 못하는 무리들에게 새삼 연민의 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의 짐을 덜어드리자는 생각으로’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에 가입했다는 그는 “친일파 후예들이 한술 더 떠 친미도 아닌 숭미파가 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사대주의 척결과 민족정기 확립이 더욱 필요하다”며 글을 끝맺었다.
연구소 관계자는 “명단 발표 뒤 항의전화도 많이 왔지만, 회원 가입도 많이 늘어 일주일 동안 300명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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