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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물량 밀어내기’ 고발 여섯달…농심, 압박방법만 달라졌다”

등록 2014-01-06 20:28수정 2014-01-13 15:45

‘2013년 을들’ 지금 안녕하십니까
② 김진택 농심특약점주협의회 대표
농심특약점협의회 대표 김진택(51)씨
농심특약점협의회 대표 김진택(51)씨
농심특약점협의회 대표 김진택(51)씨는 6일 병상에서 <한겨레> 기자를 맞았다. 최근 물건을 납품하러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지난해 농심의 특약점에 대한 불공정거래를 고발(<한겨레> 2013년 6월10일치 9면 참조)한 그는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를 읽고 있었다. “여기 보니까 갑을관계 문제가 다 나와 있더라고요. 특약점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거 잘 몰랐는데.”

지난해 6월 ‘남양유업 욕설’ 폭로에 이어 농심의 불공정거래가 이슈가 되며 김씨의 고발 기자회견에 세간의 눈길이 쏠렸다. 그는 앞서 농심의 물량 밀어내기에 문제 제기를 했다가 2012년 6월 계약해지를 당한 상태였다. 하지만 특약점협의회 회원들이 물건을 대주는 형식으로 점포 운영을 지속할 수 있었다.

김씨는 6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별로 없다고 했다. 당시 농심은 물량 밀어내기는 물론 일방적인 계약해지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농심은 특약점협의회를 대화 상대로도 인정하지 않았다.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며 ‘갑을관계’가 사회문제화하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압박하고 나서야 농심은 특약점협의회에 ‘물밑 협상’을 제안해 왔다고 한다. 농심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판매목표 강제 부과’는 몇차례 대화 끝에 ‘비공식적으로’ 사라졌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계약서에 명시해 달라는 특약점주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매장려금 인상도 이뤄지지 못했다. 김씨는 “농심의 말뿐인 약속은 언제든 여론이 가라앉으면 없던 일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단 한가지, ‘불공정 그 자체’인 계약서 조항은 사라졌다. ‘갑과 을의 해석에 이견이 있을 경우 갑의 해석을 따른다’는 문구다.

본사로부터 계약해지 당한 뒤
회원들이 물품 대줘 점포 운영
공정위 규제에 ‘강제할당’ 없앴지만
‘영업사원 목표제’ 통해 떠안겨
농심 “밀어내기 이미 차단” 반박

특약점에는 판매목표가 없어졌지만 영업사원에겐 주어진 목표가 여전히 있어 물량 밀어내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게 농심의 커피시장 진출이라고 김씨는 강조했다. “지난해 농심이 출시한 ‘강글리오 커피’는 한포에 500원이나 해서 특약점주가 나서서 주문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럴 때면 영업사원들이 계약서를 마음대로 고치고 나서 점주들한테 사정을 하죠.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조카 같은 영업사원들이라 대부분의 점주들은 묻어주고 갑니다. 이런 방식으로 지금도 물량 밀어내기가 이뤄지고 있어요.”

요새는 경제민주화도 갑을관계도 더는 중요한 열쇳말이 아니다. 그래도 김씨는 분투하고 있다. 자신의 점포가 망했다는 잘못된 소문에 맞서 거래처를 직접 설득하러 다니고 있다. 활동 영역도 농심을 넘어섰다. 전국의 ‘을’을 살리기 위해, 이창섭 남양유업전국대리점협의회 대표와 함께 ‘전국대리점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았다. 김씨는 “계속 문제 제기를 할 계획이다. 적당히 끝내려고 시작한 일이 아니다. 올바른 갑을관계를 세울 때까지 천천히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한겨레>와 만나는 동안 김씨의 휴대전화는 계속 울렸다. 농심으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한 김씨를 돕기 위해 농심에서 떼온 물품을 전하고 물건값 등 정보를 알려주는 특약점협의회 회원들의 전화였다. “전국에서 걱정하고 도와주려는 전화가 이렇게 걸려옵니다. 이렇게 고마운 동료들 덕분에 힘을 내고 버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농심은 “특약점 정책이 최근 6개월간 눈부시게 개선됐다”고 <한겨레>에 밝혀왔다. 농심은 “특약점의 매출목표를 없애 밀어내기 문제를 사전 차단했고 계약서에 ‘갑적인 문구’를 없앴을 뿐 아니라 농심과 직거래하던 거래선들을 특약점으로 돌렸고 은행 대출이자를 8.75%에서 6.75%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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