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아니라 무선 영상 송·수신기로 토익(TOEIC) 시험 답안지를 실시간으로 촬영해 응시생한테 알려준 이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학 수학능력 시험, 공무원 임용시험 등에도 악용될 우려가 있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7일 토익 응시자들한테서 금품을 받고 토익시험을 대신 치르는 이른바 ‘토익선수’의 답안을 다른 응시자들한테 가르쳐 준 혐의(업무방해)로 정아무개(33)씨를 구속했다. 또 ‘토익선수’ 이아무개(31)씨와 금품을 주는 조건으로 이씨의 토익 답안을 건네받은 김아무개(25)씨 등 토익시험 응시자 6명 등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지난해 12월 부산 ㅇ중학교에서 치러진 ㈜와이비엠(YBM) 한국토익위원회 주관 262회 토익시험에서 ‘토익선수’가 작성한 답안을 첨단 기기를 이용해 토익시험 응시자들한테 음성으로 전달하는 방법으로 11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정씨를 알게 된 ‘토익선수’ 이씨는 정씨한테서 2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부정행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 응시자들은 정씨한테 1인당 300만원씩을 주거나 약속하고 이씨의 토익시험 답안을 그대로 옮겨적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정씨한테 주기로 한 1800만원 가운데 1100만원은 토익시험을 치르기 전과 토익시험이 끝난 뒤 전달하고 700만원은 토익시험 점수가 나온 뒤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이들의 수법은 지난해 11월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적발한 토익 부정행위 수법에 견줘 더 정교했다. 토익선수가 촬영한 답안을 시험장 밖에 있던 공범이 확인한 뒤 음성으로 불러주고, 응시자들이 귓속에 넣은 초소형 무선 송·수신기를 통해 답안을 옮겨적는 것은 같았지만, 촬영 방법이 달랐다.
지난해 11월 혐의자들은 팔에 두른 깁스 속에 숨긴 소형 스마트폰 카메라로 정답을 찍었지만, 이번 정씨 등은 스마트폰을 쓰지 않았다. 카메라 렌즈 지름이 6㎜ 크기인 무선 송·수신기를 두꺼운 겨울 점퍼의 옷깃에다 숨겨 답안과 문제지를 촬영한 것이다.
조중혁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스마트폰은 시험장에 들어갈 때 감독자들한테 쉽게 발각될 수 있지만, 무선 송·수신기는 금속탐지기가 아니고서는 발견하지 어렵다. 다른 공공기관의 시험에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토익선수 이씨는 인터넷에 ‘토익 고득점자’라고 소개했지만 2012년 토익시험에서 870점을 받은 데 그쳤다.
‘토익 대리시험을 원하는 희망자를 찾는다’는 정씨의 제안에 솔깃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및 회사원 등 6명은 50만~300만원을 정씨한테 준 데 이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될 처지에 놓였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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