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성(44)씨
‘2013년 을들’ 지금 안녕하십니까
③ 송재성 대리운전 기사
③ 송재성 대리운전 기사
여전히 안녕하지 못했다. “‘을’도 과분해요. 우리는 ‘병’이나 되겠네.” 대전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송재성(44·사진)씨의 첫마디부터 씁쓸했다. 손님이 갑이고 대리운전 업체가 을이라면 대리운전 기사들은 병이라는 거다.
송씨는 난생처음 기자회견이란 걸 해봤다. 지난해 7월29일이었다. 을들의 성토 행렬이 이어졌고 송씨도 서울 여의도 국회로 갔다. 그는 민주노총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대리기사노동조합 조합원 20여명과 기자회견을 열어 ‘똥콜’과 ‘업소비’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했다. ‘똥콜’은 다음 손님을 받기 어려운 먼 거리로 가는 고객정보(오더)다. 이를 거부하려면 500원 정도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업소비’는 대리운전 업체가 손님을 연결해준 식당·술집에 떼어주는 일종의 수수료다. 이 돈 역시 대리기사가 낸다. 송씨 등 대리운전 기사들은 부당한 벌금 부과와 영업비 전가에 항변한 것이다.(<한겨레> 2013년 7월30일치 8면 참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서울 강남에서 대리운전 기사들과 현장간담회도 열었지만 그뿐이었다. 전체 오더의 절반이 넘는 ‘똥콜’을 거부했을 때 여지없이 벌금이 따라오고 ‘업소비’ 관행도 그대로다. 대리운전 업체에 떼어 주는 20~25%의 수수료도 바뀌지 않았다. 송씨는 “변한 게 사실상 없다. 법안 통과는 둘째 치고 제도 자체의 변화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업체에 떼어주는
20~25% 높은 수수료도 여전
여전히 노동자 인정 못받아
“그래도 기댈 곳은 정치인
표준요금제 도입 시급하다” 송씨가 여전히 오후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7만~9만원이다. 다른 콜을 받으러 이동할 때 드는 교통비 등은 제외한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쉬고 일해 봐야 한달에 150만~200만원 정도 버는데 4인가족 기준으로 거의 최저생활비밖에 못 버는 수준이죠. 대리운전 기사들은 운전면허만 있으면 되니까 마지막 생계수단으로 이 일을 선택해요.” 대리운전 기사들은 여전히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같은 개인사업자인 퀵서비스 기사,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등은 그나마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지정돼 어느 정도 법적 보호를 받지만 대리기사들은 이조차도 적용받지 못한다. 정치권에서 움직이긴 했다. 지난해 7월 민주당 문병호·이미경 의원은 대리운전 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리운전법’을 잇따라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대리운전 업체의 부당이득 금지, 대리운전 종사자들의 공제조합 설립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송씨는 “연말에 워낙 정국이 시끄럽지 않았냐”며 허탈해했다. “정치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소한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추가적으로 전혀 진행이 안 됐습니다. 업체들과 대화도 하고 싸워도 보다가 안돼 최후에 정치권에 손을 벌렸는데 지지부진한 거죠.” 대리운전 업체들이 영세한 탓에 기사들이 기댈 곳은 그래도 정치인들밖에 없다. 송씨는 “정치인들이 여론이 뜨거울 때만 반짝 하는 척하다가 흐지부지하지 말고 이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씨는 표준요금제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표준요금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택시처럼 지역별로라도 표준요금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본요금 1만원으로 기준을 정하고 거리마다 차등을 두면 됩니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려면 여러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표준요금제는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고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표준요금제가 도입되면 “똥콜은 물론 그걸 거부했을 때 벌금폭탄 맞는 것까지 막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송씨는 말했다. 대전/글·사진 이재욱 기자 uk@hani.co.kr
20~25% 높은 수수료도 여전
여전히 노동자 인정 못받아
“그래도 기댈 곳은 정치인
표준요금제 도입 시급하다” 송씨가 여전히 오후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7만~9만원이다. 다른 콜을 받으러 이동할 때 드는 교통비 등은 제외한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쉬고 일해 봐야 한달에 150만~200만원 정도 버는데 4인가족 기준으로 거의 최저생활비밖에 못 버는 수준이죠. 대리운전 기사들은 운전면허만 있으면 되니까 마지막 생계수단으로 이 일을 선택해요.” 대리운전 기사들은 여전히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된다. 같은 개인사업자인 퀵서비스 기사,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등은 그나마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로 지정돼 어느 정도 법적 보호를 받지만 대리기사들은 이조차도 적용받지 못한다. 정치권에서 움직이긴 했다. 지난해 7월 민주당 문병호·이미경 의원은 대리운전 기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리운전법’을 잇따라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대리운전 업체의 부당이득 금지, 대리운전 종사자들의 공제조합 설립 등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송씨는 “연말에 워낙 정국이 시끄럽지 않았냐”며 허탈해했다. “정치권에서는 상대적으로 소소한 것이라고 판단했는지 추가적으로 전혀 진행이 안 됐습니다. 업체들과 대화도 하고 싸워도 보다가 안돼 최후에 정치권에 손을 벌렸는데 지지부진한 거죠.” 대리운전 업체들이 영세한 탓에 기사들이 기댈 곳은 그래도 정치인들밖에 없다. 송씨는 “정치인들이 여론이 뜨거울 때만 반짝 하는 척하다가 흐지부지하지 말고 이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씨는 표준요금제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표준요금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택시처럼 지역별로라도 표준요금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본요금 1만원으로 기준을 정하고 거리마다 차등을 두면 됩니다.” 대리운전 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려면 여러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표준요금제는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하고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표준요금제가 도입되면 “똥콜은 물론 그걸 거부했을 때 벌금폭탄 맞는 것까지 막는 부수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송씨는 말했다. 대전/글·사진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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