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게시물 철거” 60여장 떼어내
청소파업 지지글 신고해도 불허
“학교가 표현의 자유 억압” 비판 봇물
청소파업 지지글 신고해도 불허
“학교가 표현의 자유 억압” 비판 봇물
중앙대가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강제 철거했다.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의 대자보에 건당 100만원의 벌금을 물게 해 달라고 소송을 낸 데 이어 학생들이 쓴 대자보마저 떼어내자 학교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중앙대는 7일 저녁 교직원 등을 동원해 법학관과 본관 등에 나붙은 대자보 60장 이상을 떼어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부터 “깨끗하게 청소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청소노동자들의 대자보, 이들을 응원하는 학생들의 대자보를 모두 철거했다. 고려대와 숭실대 등 다른 대학 학생들이 보내온 대자보도 떼어졌다.
중앙대는 대자보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허가받지 않은 대자보와 게시물을 철거한다. 대자보는 방호실에서 보관하니 찾아가길 바란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이 학교 학칙 제65조(활동 및 간행물)는 인쇄물을 부착하거나 배부할 때 주무 부서에 사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자율을 중시하는 대학에서 이런 학칙을 실제로 적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학생들은 “학교의 입맛에 맞는 대자보만 허락받고 붙이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강아무개(24)씨는 “학칙에는 (대자보 부착이) 신고제로 돼 있지만 학교 뜻에 맞지 않는 내용의 대자보를 들고 가면 (신고) 도장을 찍어 주겠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이날 오후 중앙대 학생 2명이 청소노동자들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붙이기 위해 학교 쪽에 신고했지만 학교는 허락해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대는 지난 6일 저녁 9시께 이 학교 서울캠퍼스 행정지원처장 이름으로 학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중앙인’에 글을 올려 대자보 철거 방침을 통보했다. 이엽 행정지원처장은 ‘교내 대자보 철거에 따른 사전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청소노동자들의) 불법 점거 및 천막 농성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교내 각 건물에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과 표현을 담은 대자보들이 무단으로 게시되고 있다.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과 대자보에 대해 7일 오후까지 자진철거 해달라. 자진 정리되지 않은 대자보들은 부득이 철거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어 “새로 게시하는 게시물과 홍보물은 규정에 따라 검인 후 게시하는 절차를 준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대자보를 철거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오후에는 중앙대 졸업생 20여명이 학교를 방문해 “대자보 탄압을 그만두고,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학교가 나서길 바란다”는 내용의 파업지지 성명을 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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