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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KT의 협상요구 뭉개기 “피해만 늘어 넌덜머리”

등록 2014-01-09 21:57수정 2014-01-13 15:44

안혜리(47)씨
안혜리(47)씨
‘2013 을들’ 지금 안녕하십니까
⑥ 안혜리 휴대전화 대리점주
불공정 판매정책 신고했지만
공정위 조사결과 여태 안나와
본사서 전산망 접속 차단시켜
매장 1곳은 7개월째 영업 불가

판매인협회서 홍보실장 맡아
“피해 호소 대리점주 도와야죠”

“가슴은 좀 시원해졌는데, 아직 결과가 나온 건 없고 타격만 많이 받으니까….”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휴대전화 판매점 2곳을 운영하는 안혜리(47·사진)씨는 말끝을 흐렸다. 안씨는 매장 2곳 중 1곳을 7개월째 놀리고 있다. 케이티(KT) 본사가 지난해 영업 부진을 이유로 매장의 전산망 접속을 차단해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공간 임대료만 월 110만원에다, 사무실을 아예 비워놓을 수 없어서 인건비도 들어요. 권리금 때문에 지금 팔 수도 없고요.”

안씨는 지난해 “케이티 본사가 휴대전화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불공정거래 행위를 해왔다”며 다른 대리점주 2명, 참여연대와 함께 케이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한겨레> 2013년 8월19일치 8면 참조) 케이티가 대리점의 판매 부진을 이유로 전산망 접속을 차단해 영업을 방해하고, 불공정한 판매 정책들을 내려보낸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안씨는 이석채 전 케이티 회장이 취임한 뒤인 2010년께 “이 회장의 출퇴근길에 매장이 있으니 10분 일찍 열고 10분 늦게 닫으라”는 통보를 받은 적도 있다. 5분 늦게 문을 열자 제품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압박이 들어왔었다고 안씨는 주장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공정위 신고와 별도로 동반성장위원회에 사전분쟁조정 신청을 냈지만 ‘조정 대상이 아니다’란 답변을 받았다. “케이티 직원의 관리 아래 접속망 차단 등 불공정한 거래가 발생한 건데도 동반성장위는 ‘일개 직원이 한 일을 왜 케이티로 신고하느냐’고 말하더군요.” 협상은 딱 한번 했다. 갑을관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중재에 나섰을 때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피해 사례 전달에 그친 1차 교섭 이후 ‘2차’는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석채 전 회장 등 임원진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협상을 미룬 케이티는 지금도 ‘임원 교체기’라 협상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태도라고 한다.

“협상이 마무리되면 통신사업은 모두 접으려고요.” 안씨는 “넌덜머리가 난다”고 했다. 그는 1998년 케이티 유선상품 위탁판매점 운영을 시작으로 15년째 케이티와 계약을 맺어 왔다. “내 일이 아닐 줄 알았던 일을 직접 겪기도 했고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해요. 나야 접기로 마음먹고 싸우는 거라 다 폭로할 수 있는데…. 주변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는 대리점주들이 많아요.”

안씨는 지난해 9월 ‘이동통신판매인협회’에 가입해 홍보실장 일을 맡았다. 같은 해 8월 발족한 이동통신판매인협회는 통신사들의 일방적인 판매정책, 정부의 친대기업형 보조금 규제정책 등을 비판하며 이동통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업의 ‘나 몰라라’식 영업 관행이 바뀌어야 해요. 거대 통신사업자·제조사에 견줘 ‘을’일 수밖에 없는 대리점주와 직원을 대변하는 일에 힘을 더 보태기로 했어요.” 협회가 생기면서 안씨와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대리점주들이 하나둘 협회 문을 두드리고 있단다.

박희정 이동통신판매인협회 위원장은 “국내 이동통신 사업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고 업체수만 3만5000여개, 매장 노동자를 포함한 종사자가 18만명가량으로 추정되는데도 지금까지 이들을 대변할 협회가 없었다. 통신사·제조사 등이 회유와 협박으로 방해했기 때문이다. “안씨가 겪은 일이 특별한 게 아닙니다. 내가 케이티 직원 출신인데도 대리점 하다 말아먹었어요. 대리점이 오래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더라고요.” 박 위원장이 덧붙였다.

글·사진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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