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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관의 본보기’ 김병로 선생을 떠올린다

등록 2014-01-12 21:02

김병로 대법원장
김병로 대법원장
대법원, 14일 50주기 추모행사

독립운동가·초대 대법원장 지내
이승만 반발에도 ‘법적 절차’ 강조
“법관은 오직 정의의 변호자 돼야”
1952년 이승만 대통령의 정적인 서민호 의원은 자신을 살해하려던 군인을 사살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정당방위’라며 서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격노한 이 대통령은 김병로 대법원장에게 “현역장교를 권총으로 쏘아 죽였는데 무죄라니, 될 말인가”라며 반발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판사가 내린 판결은 대법원장인 나도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무죄 판결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절차를 밟아 상소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맞받았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이며,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1887~1964) 선생이 사법부 독립을 지켜낸 유명한 일화다. 전북 순창에서 태어난 김 선생은 일본 메이지대학 등에서 법학을 배우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대학 강의를 하면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조선총독부는 그를 판사로 임용했으나, 그는 변호사 자격이 주어지는 판사 1년 경력만 채우고 일제의 박해를 받는 동포를 변호하기 위해 변호사로 나섰다.

김 선생이 독립운동 탄압의 본거지였던 서울 종로경찰서를 폭파한 대한광복단의 김상옥 의사를 변호하며 법정에서 “조선 독립을 희망하는 사상은 조선인 전체가 가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정치 변혁을 도모했다고 하여 처벌한다면 양민을 억지로 법의 그물에다가 잡아넣는 것”이라고 말한 장면이 당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거리의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아호 가인(街人) 역시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고 거처할 곳 없는 현실을 개탄하고 독립을 바랐던 김 선생이 직접 붙였다.

김 선생은 광복 뒤 미군정에서 사법부장을 지내고 건국 이후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며 민법과 형법, 형사소송법 등 우리 사법의 근간이 되는 법률의 기초를 닦고 사법부 독립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의 청렴하고 강직한 삶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대법원장 시절 결재 도장이 반토막 날 때까지 바꾸지 않고 사용했다. 박봉에 시달리던 판사가 사표를 들고 찾아오자 “나도 죽을 먹으며 산다. 함께 참고 고생해 보자”고 만류해 그 판사가 사표를 거두기도 했다. 판사 회의에서는 “사법관들은 오직 정의의 변호자가 됨으로써 사법의 권위를 세우는 데 휴식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로 불리는 김종인 전 새누리당 행복추진위원장이 김 선생의 친손자다.

대법원은 13일 김 선생 서거 50주기를 맞아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1층 대강당에서 추념식을 연다. 오후 2시부터는 ‘가인 김병로와 21세기 사법부’라는 주제로 김 선생의 업적을 학문적으로 연구한 성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또 13~17일 대법원 1층 복도에서 김 선생의 사진과 어록 등을 공개하는 전시회를 열고,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그의 일화를 엮은 만화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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