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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유서 대필’ 강기훈씨 무죄 뒷받침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 나와

등록 2014-01-17 09:30수정 2014-01-17 15:38

국과수 “김기설씨 평소 필적과 전대협 노트 등 동일 필적 가능성”
1991년 분신자살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신 써준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강기훈(49)씨 재심에서, 강씨의 무죄를 뒷받침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필적감정 결과가 공개됐다.

16일 서울고법 형사10부(재판장 권기훈) 심리로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강씨의 변호인은 김기설씨의 평소 필적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노트·낙서장 필체가 유사하다는 국과수 감정 결과를 제시했다.

감정결과 회신에는 “김기설씨의 평소 필적과 전대협노트·낙서장 필적에 7개의 유사점을 발견했다”고 돼있다. 숫자 8·9를 쓰는 방식, 초성 ‘ㅍ’을 쓰는 방식, 받침 ‘ㄱ’을 쓰는 방식 7가지에서 비슷하다는 것이다. 국과수는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700명의 필적을 대조해봤는데, 이 7가지 특징을 모두 만족하는 필적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과수는 “김씨의 평소 필적과 전대협노트·낙서장이 동일 필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앞서 김기설씨의 유서와 전대협 노트·낙서장의 필적이 같다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받아들였다. 김씨의 평소글씨와 전대협 노트·낙서장 필적도 동일성을 인정하는 감정결과가 나와, 강씨가 유서를 대필했다는 주장은 근거를 잃게 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감정인의 확신 정도가 가장 낮게 표현됐다. 국과수가 2007년 발표한 결과를 뒤집기 힘들어 어쩔 수 없이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기훈씨는 이날 최후변론에서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면서, 과거 자신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고문을 당하던 기억을 어렵게 꺼냈다. “검찰에 가자마자 수사관이 옷을 전부 벗으라 명령해 팬티를 내리고 항문 검사를 했습니다. 수사관이 ‘영감님(검사)이 찾으신다’며 수갑을 뒤로 채워 구부정한 자세로 취조실 들어가니, 한 검사가 ‘나 신상규 검사다. 쇼하고 있네. 니들은 뽕쟁이나 똑같은 놈들이여’라고 했습니다. 잠을 재우지 않고 반복질문과 욕설이 계속됐습니다.”

이밖에도 강씨는 대전교도소 수감 중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문을 받고 읽다가 내팽개친 일 등을 떠올리며 “20여년간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억난다. 업무 중에도, 대화 중에도, 식사 중에도, 꿈에서도 무한반복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유서를 대필한 적도 없고 꿈에라도 동료의 죽음을 부추기거나 자살 도운 적 없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내게 의사는 욕이라도 하라고 했다”며 “당시 서울지검 소속이었던 강신욱, 신상규, 송명석, 안종택, 남기춘, 임철, 곽상도, 윤석만, 박경순 검사나, (나를 재판했던) 노원욱, 임대화, 부구욱, 박만호 판사 같은 구체적 대상에게 욕을 해야할지, 대한민국을 향해 해야할지 모르겠다”라며 당시 자신을 수사·재판했던 판·검사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강씨는 “유서대필 사건이 법을 다루는 사람이 편견을 가지면 얼마나 불행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생각하게 하는 참고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강씨의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고, 변호인들은 강씨의 무죄를 주장했다. 강씨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13일 열린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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