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6개월 때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
[토요판] 가족관계 증명서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네. 다행이야. 요즘 이혼하는 사람도 많은데 우린 같이 살고 있어서 말이야.
신혼 초, 아니 신혼여행지를 결정할 때부터 우린 참 많이도 싸웠지. 난 미얀마로 가고 싶었고 당신은 그곳이 위험하다며 다른 곳엘 가자고 했어. 난 배낭여행을 가자고 했고 당신은 패키지 여행을 가자고 했지. 결혼은 비슷한 사람끼리 하든지 전혀 다른 사람이 만나 한다던데 우린 후자였어. 당신과 난, 취향도 성격도 많이 다르니까.
난 바다를 좋아하고 당신은 산을 좋아하지. 난 해산물을 좋아하고 당신은 육고기를 좋아해. 나는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지만 당신은 자신을 드러내는 걸 싫어하지. 난 확실한 게 좋은 사람이고 당신은 좋은 게 좋은 사람.
우리가 또 다른 점은…. 그래 스킨십이야! 며칠 전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당신에게 내가 다가갔지. 무릎 위에 앉으려고 했는데 당신은 덥다며 날 옆으로 밀었어. 겨울이었는데도 당신은 날 밀어냈어. 잘 때, 내가 당신을 안으려고 하면 이번엔 답답하다며 날 밀어내. 당신이 날 안아도 조금 지나면 불편해서 내가 먼저 떨어지는데도 말이야. 내가 신경질을 부리면 그제야 마지못해 날 안아주는 당신!
그거 알아? 잘 때마다 당신에게 ‘안아줘’ ‘안아줘’ 이 말 할 때마다 자존심 상한다는 거. 당신이 ‘더워, 답답해, 피곤해’ 하며 나를 밀어낼 때마다 내 마음 상처받는다는 거.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봐. 당신이 당신이랑 똑같은 여자랑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 그럼 아마 너무 건조해져서 사막 같은 삶이 될 거야. 오아시스 하나 없는 사하라 사막! 상상해봐. 당신 사막에서 살 수 있겠어? 그러니까 나랑 사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 나처럼 스킨십 좋아하고 장난 치는 거 좋아하는 여자, 흔치 않거든.
물론 당신이 날 사랑한다는 거 알아. 결혼하고 일년 정도 됐을 때였나?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당신이 나를 보자마자 와락 안았지. 그때 어리둥절했었어. 평소 애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당신이었으니까. 사랑은 표현하는 거라잖아. 우리 애정표현 좀 하면서 살자. 부모의 애정표현이 아이에게도 건강한 영향을 준다잖아. 우리 딸, 사랑이 충만한 아이로 키우자구. 그러니까 내 손길 거부하지 말구! 내가 말하기 전에 먼저 날 안아주면 더 좋구!
무뚝뚝하고 분위기도 없는 신랑! 그래도 당신을 사랑해! 우리 서로 조금씩 노력하면서 살자. 난 잔소리 줄일 테니까 당신은 애정표현 팍팍! 알지?
애정이 넘치는 와이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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