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웅 문화방송 전 노조사무처장(왼쪽부터), 정영하 문화방송 전 노조위원장, 최승호 전 문화방송 피디가 17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문화방송을 상대로 낸 해고·정직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뒤 함께 부둥켜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피디수첩 제작진 징계 등 인사권 남용”
노조원 44명 승소…MBC “즉각 항소”
노조원 44명 승소…MBC “즉각 항소”
<문화방송>(MBC) 파업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징계가 모두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방송사의 공정방송 의무가 근로조건에 해당하므로 사쪽이 인사권 남용으로 공정방송을 저해하는 것은 근로조건 저해라며 파업의 정당성도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3부(재판장 박인식)는 17일 정영하 문화방송 전 노조위원장 등 노조원 4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정직 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문화방송은 해고 및 정직 처분을 무효로 하고 해고자 6명에게는 각 2000만원을, 정직자 38명에게는 각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 전 위원장 등 노조원 44명은 2012년 1~7월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가 징계 처분을 받자 부당한 인사조처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공정방송 의무는 노사 양쪽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근로조건에 해당하고, 아울러 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준수 여부는 근로관계의 자율성에 맡겨진 사항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무”라고 밝혔다. 이어 “경영진이 단체협약에 정한 공정방송협의회 등을 개최하지 않고 인사규칙에 반하여 임의로 제작진을 교체했다”며 “노조 파업은 특정 경영진을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라 방송 공정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영진에 대해 벌인 것으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사는 그동안 “근로조건이 아닌 사장 퇴진을 목적으로 한 파업은 불법”이라고 주장해왔다.
파업 전까지 벌어진 9시 뉴스의 불공정 논란, ‘피디수첩’ 제작진에 대한 인사 조처 등도 불공정 보도 사유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국무총리실의 불법 민간인사찰 의혹에 관하여 다른 언론사들보다 10여일 늦게 보도하고, 2011년 5월23~26일 실시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다른 방송사와 달리 전혀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피디수첩 등 일부 프로그램 제작진을 좌익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대거 교체했고, 광우병 관련 피디수첩 프로그램의 명예훼손 여부가 대법원에서 무죄판결 확정됐음에도 피디들을 정직 등 징계처분하는 등 인사권을 남용해 노사 갈등을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정 전 위원장은 선고 직후 “이번 판결은 부당징계의 위법 여부를 떠나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으로서 의미가 크다.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많은 조합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쪽이 법원의 결정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화방송사는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문화방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방송사의 공정성 여부가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파업의 목적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다. 설사 방송의 공정성 여부가 근로조건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당시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은 ‘방송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노조의 일방적 주장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박유리 최원형 기자 nopimul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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