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윤성원)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옥고를 치렀다가 지난해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문익환 목사의 유족에게 형사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92)씨는 1억9887만원, 문 목사의 셋째 아들 문성근(61) 전 민주당 상임고문은 2억606만원을 받게 됐다.
재판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1023일, 문익환 목사는 1060일 동안 각각 구금됐다. 이들의 구금 기간과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해 보상금액을 법에서 정한 최고액인 구금일 하루당 19만4400원으로 정했다. 보상금은 상속인들에게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형사보상법은 구금 또는 형집행을 받았다가 무죄가 확정되면 구금일수만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과 문 목사는 1976년 2월 “1인독재로 자유민주주의와 삼권분립제도가 말살됐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작성하고, 그해 3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이를 낭독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긴급조치 9호의 위헌·무효를 확인함에 따라 김 전 대통령과 문 목사 등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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