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에이미(32·본명 이윤지)의 청탁으로 사건 관계인을 협박한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춘천지검 소속 전모(37) 검사가 1월1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3차 조사를 받은 뒤 다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4.1.17 / 뉴스1
청담동 한정식집에서 만난 뒤 ‘형’과 ‘아우’로 부르기 시작
“제 사건번호 알 수 있을까요?”에 “필드에 한번 나가자”
병원장, ‘성폭행 혐의’ 조사 받으면서 유착 관계 드러나
“제 사건번호 알 수 있을까요?”에 “필드에 한번 나가자”
병원장, ‘성폭행 혐의’ 조사 받으면서 유착 관계 드러나
이른바 ‘해결사 검사’에게 여성 연예인 재수술 협박을 받은 서울 강남구 ㅊ성형외과 최아무개(43) 원장이 2012년 ‘프로포폴 수사’를 받을 때 담당 경찰과 유착한 의혹이 담긴 문자 메시지가 공개됐다.
<한겨레>가 26일 입수한 최 원장과 당시 사건 담당인 김아무개 경사의 문자 내용을 보면, 이들은 최 원장 병원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 2012년 12월부터 서로 연락을 해왔다. 2012년 12월13일 최 원장은 김 경사에게 “오늘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어 김 경사는 “불편하게 하지 않았나 미안하네요. 사건 잘 마무리되면 한번 뵙죠”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렇게 연락을 시작한 최 원장과 김 경사는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2년 12월2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한정식 집에서 만난 뒤 서로를 ‘형’과 ‘아우’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같은 달 26일 최 원장은 “혹시 제 사건 번호 알 수 있을까요? 아는 분이 검찰 쪽에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봐 준다고 해서요”라고 문자를 보내고 김 경사는 “검찰은 여기에서 사건이 넘어가야 알 수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사건을 넘긴 후에 알아보면 돼”라고 답장을 한다.
같은날 김 경사는 최 원장에게 “내년엔 골프 연습해서 같이 한번 필드에 나가자”고 전하고, 최 원장은 “네. 골프 진짜 해야겠어요”라고 답했다. 김 경사는 2012년 12월31일 “올 한 해는 동생을 알게 되어서 큰 행복이었네. 새해 복 많이 받고 앞으로 서로 버팀목이 되도록 노력하세. 김○○“이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또 지난해 1월3일에는 김 경사가 “최 원장! 경찰 사건 번호는 2012-○○○○○○이고 내일쯤 검찰에 서류가 넘어갈 거야!”라고 최 원장에게 사건 진행 상황을 알려줬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뒤로도 인연은 이어졌다. 지난해 1월11일 김 경사는 최 원장에게 “최 원장 어제 프로포폴 관련해서 검찰에서 압수수색했던데 상관없지? 걱정되서”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날은 검찰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강남 지역 성형외과 등 병원 6곳을 압수수색한 다음날이었다. 또 지난해 3월에도 식사 약속을 잡는 문자를 서로 주고 받았다.
두 사람의 유착 의혹이 뒤늦게 불거진 것은 지난해 말 김 경사가 최 원장이 피고소인인 성폭행 사건을 맡으면서부터다. 김 경사는 지난해 중순 강남경찰서 ‘마약 수사팀’에서 ‘성폭력 전담팀’으로 옮긴 뒤 최 원장의 성폭력 사건을 담당하게 됐다.
최 원장을 성폭행 혐의로 지난해 10월 고소한 김아무개(35)씨는 11월 초부터 김 경사에게 이 사건의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김 경사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12월 말 강남경찰서에 진정서를 냈고,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강남경찰서는 김씨의 진정 직후 김 경사와 최 원장의 유착 의혹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다. 특히 경찰은 김씨의 성폭행 사건 수사에도 김 경사가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최 원장의 성폭행 사건이 친분이 있는 김 경사에게 배당된 과정에 의혹이 없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최 원장은 자신의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지난해 1월3일 이후 ‘해결사 검사’로 최근 구속 기소된 전아무개(37) 검사에게도 사건과 관련해 청탁했다. 최 원장은 지난해 1월7일 이 사건과 관련해 전 검사에게 “제 사건번호는 서울중앙지검 2013○○○○○○호 담당 검사 ○○○ 검사님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최 원장은 결국 이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지난 22일 최 원장을 협박한 전 검사에 대한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 원장이 전 검사에게 수사 청탁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프로포폴 수사와 관련해) 당시 중앙지검 강력부에서 몇 달에 걸쳐 유형별로 나눠 재발 방지 대책을 따져서 기준을 정한 다음 처리했다. 일부는 기소됐고, 최 원장은 불기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원장이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이후에도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한겨레>가 성폭행 사건 고소인인 김씨와 최 원장이 지난해 8월21일 ㅊ성형외과 회복실에서 나눈 대화 녹음을 들어본 결과, 김씨가 “너는 잘못된 게 뭐냐면 환자(김씨) 몰래 (프로포폴을) 넣은 거 아니야?”라고 묻자 최 원장이 “아니야, 내가 중간에. 아 인정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대답한다. 이 녹음에는 최 원장이 김씨에게 “진정을 시켜려고 (프로포폴을 놓은 것이다)”라고 말하는 부분도 들어있다. 김씨는 이날 상황에 대해 “지난해 8월20일 성폭행을 당한 뒤 최 원장이 경찰 신고를 막기 위해 다음날까지 계속 프로포폴을 주사하는 과정에서 녹음한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병원 쪽은 당시 투약한 것은 프로포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ㅊ성형외과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최 원장이 당시 김씨에게 주사한 것은 프로포폴이 아니라 진정제다. 당시 김씨가 무척 흥분한 모습을 보여 진정을 시키기 위해 진정제를 투약한 것으로 관련 증거가 남아있다”고 해명했다. 또 “최 원장은 김씨를 성폭행하지 않았으며 김씨가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무고로 고소를 해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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