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커한테서 20만명 개인정보 사들여
중국 해커들한테서 20만명의 개인정보를 헐값에 사들여 국내 대형 인터넷포털사이트 카페 관리 대행업자 등에게 돈을 받고 넘긴 전문 판매상이 경찰에 붙잡혔다. 카페 관리 대행업자 등은 인터넷 배너 광고비용 등을 올려 받으려고 도용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카페 가입자를 늘리는데 쓰거나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매물을 올리는 명의로 이용했다. 경찰은 금융 범죄 등에 개인정보가 이용됐는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경기도 안양만안경찰서는 중국 해커에게 인터넷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사들여 판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안아무개(35)씨를 구속하고 박아무개(16)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이들에게서 개인정보를 사들인 인터넷 카페 관리 대행업자 김아무개(21)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하고 임아무개(21)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단순 개인정보 도용자 이아무개(26)씨 등 33명을 입건·조사 중이다.
안씨는 2012년 6월 중국에 있는 동거녀(재중 동포)를 통해 해커를 소개받은 뒤, 출처를 알 수 없는 인터넷사이트에서 해킹한 20만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개당 140∼160원씩 3천여만원 주고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안씨는 이때부터 최근까지 인터넷 메신저로 카페 관리 대행업자나 구입 희망자 등에게 개인정보를 팔아 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안씨는 중국 해커들이 빼돌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새로 만든 아이디는 개당 2천∼3천원에, 해킹한 기존 아이디는 개당 200∼500원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군도 안씨로부터 사들인 개인정보를 판매해 1천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입건됐다.
또한, 카페 관리 대행업자 김씨 등은 특정 단어 검색 때 카페 평가지수를 상승시켜 상단에 노출하는 이른바 ‘카페 어뷰징’을 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안씨에게서 개인정보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단순 도용자 이씨 등은 안씨 등에게 사들인 개인정보를 중고물품 거래사이트에 남의 명의로 매물을 올리거나 자신의 카페·블로그 방문자 수를 늘리는 데 이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에서 다른 사람의 아이디가 도용돼 인터넷 카페에 가입된 사례가 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서 이들을 검거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이들이 어디서 개인정보를 빼냈는지는 중국 해커가 검거되지 않아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안씨 통장 거래내역을 근거로 개인정보를 구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100여명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금융 범죄 등에 개인정보가 이용됐는 지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한편, 가장 많은 아이디를 도용당한 포털 사이트 관계자는 “단 한번도 해킹을 당한 적도 없고, 주민등록번호는 아예 보관하고 있지 않아 가입자들은 걱정할 필요없다”고 밝혔다. 안양/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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