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털이’ 유령업체 대표 구속
금융시스템 허점 또 드러나
금융시스템 허점 또 드러나
개인의 주민번호와 계좌번호만 알면 주인 몰래 자동이체로 돈을 손쉽게 빼내갈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또다른 금융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이정수)는 3일 계좌 주인 동의 없이 금융결제원에 자동이체 출금을 요청한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 미수)로 ㅎ사 대표 김아무개(34)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또 김 대표와 공모한 혐의로 지난 2일 긴급체포한 사채업자 임아무개(40)씨와 김아무개(35)씨의 구속영장을 이날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오전 9시30분부터 계좌 주인 동의 없이 ㅎ사 계좌로 1만9800원씩 돈이 자동이체됐다는 민원 100여건을 접수한 금융결제원의 고발에 따라 수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애초 이 업체가 대리운전 기사용 앱 이용료 명목으로 자동이체를 요청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수사 결과 이 업체는 실제로 앱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은 유령업체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씨 등이 개인 신상과 계좌번호만 있으면 손쉽게 자동이체 신청이 가능하다는 허점과 불법적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돈을 빼내려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ㅎ사가 자동이체를 하면서 대리기사용 앱 이용료를 명목으로 댔지만 이 회사가 앱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한 사실이 없다. 구체적 범행 수법은 수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현행 자동이체시스템(CMS)은 개인의 이름과 계좌번호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상 규정은 유선이나 대면 또는 서면으로 고객의 출금 동의를 받을 의무를, 이체 요청을 하는 사업자가 지게 하고 있다. 개인정보만 알면 허위 서명 등을 통해 손쉽게 자동이체를 통해 돈을 빼갈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이번 사건도 ㅎ사 쪽이 고객 서명을 도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한 간부는 “현 시스템은 고의적으로 고객 서명을 도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확인할 주체가 없다”고 말했다.
김선식 김경락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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