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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8살에 경쟁 내몰린 ‘황금돼지해’ 아이들

등록 2014-02-04 15:48수정 2014-02-04 21:45

‘황금돼지’
‘황금돼지’
유치원 등 사교육 시장에선 줄서기…학교는 교실 부족
부모들 “잘 살 거라고 해서 낳았는데…후회가 되네요”
직장인 이성재(38)씨는 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황금돼지해’라던 2007년 태어난 딸 아이는 1년 전 영어와 독서·논술 학원에 등록 대기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아직도 답이 없다. 다음달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터라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진입조차 쉽지 않다. ‘입학 전쟁’은 최근 일이 아니다. 2011년 유치원 7곳에 원서를 넣었지만 추첨에서 모조리 탈락했었다. “황금돼지해에 태어나면 잘 산다는 말이 있어 조금 일찍 아이를 낳았는데, 한 해 늦게 가질 걸 후회가 돼요. 아이가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입, 취업 등에서 다른 또래에 견줘 얼마나 많은 경쟁을 해야 될까요.”

‘황금돼지띠’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시름이 깊다. 몇 해 전 유치원 ‘입학 전쟁’을 치른 이들이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각종 사교육 경쟁에도 내몰리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 동향 자료를 보면, 2007년 신생아는 49만3000여명으로 2006년 44만8000명보다 10% 이상 늘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46만5800여명과 44만4800여명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2007년에 가장 많은 아기가 태어났다.

아이들 수가 늘어나면서 진학, 입시, 취업 등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걱정한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조금이라도 경쟁에서 앞서게 하려고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면서 줄서기는 더욱 경쟁적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미취학 아동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이아무개(32)씨는 “입학을 앞둔 아이들이 몰려들어 5명이 정원인 수강 인원을 늘리려고 했다가 기존 수강생들의 학부모들이 반발해 계획을 접었다. 지금 상태로는 서너달 기다려도 등록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교실 부족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 몰려드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서초구 잠원초등학교 관계자는 “취학 신청자들이 이어져 지금도 추가 접수를 받고 있다. 2013년보다 정원이 30명 이상 늘 것으로 보여 반을 더 늘려야 하지만, 학교 공간이 포화돼 한 학급당 학생을 5~6명씩 늘려야 할 처지다”라고 말했다. 강남구의 ㄷ초등학교도 신입생이 60여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두 학급을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7만7000명이던 서울 지역 입학 대상자는 올해 8만4000명으로 7000명이나 늘었다.

유통업체는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황금돼지띠’ 아이를 둔 직장인 김성욱(35)씨는 “딸이 핑크색을 좋아해 핑크색 가방을 사주려고 최근 아동 의류업체에 갔다가 핑크색 가방이 동이 나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 아동용 가방업체는 “통상 입학을 앞두고 아동용 캐릭터 가방을 3만개 정도 만들지만 올해는 전년 대비 생산량을 20%가량 늘렸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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