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14일을 앞두면 연인들보다 업자들이 더 설렌다. 연인간에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알려져 있는 밸런타인데이는 초콜릿 제과업체엔 대목이다. 사랑고백은 상술의 도구로 전락했을 뿐이다. 올해는 특히 2월14일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 언도일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밸런타인데이 상술’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더 거세다. 아울러 19년 만에 정월대보름과 겹치면서 상술의 상징인 초콜릿 대신 부럼을 선물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2월14일 발렌타인데이…침략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서른살 청년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 받은 날입니다.” 경기도교육청이 12일 <한겨레> 등 일간지에 실은 광고 문구다. 경기도교육청은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큽니다”라고도 적었다. 더욱 아이러니컬한 것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고백’ 풍속이 1960년 일본의 제과업체가 마케팅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고 있다. 보수단체인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2월14일을 민족 애도의 날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밸런타인데이 대신 정월대보름으로 즐기겠다는 시민들도 많다. 회사원 강소연(33)씨는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건 없지만, 대보름날인데 외국 문화만 챙기고 싶진 않다. 남편과 함께 나물을 챙겨먹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지은(28)씨도 “밸런타인데이를 왜 그렇게 챙기는지 모르겠다. 제과업체들이 대목이니까 묵혀온 재고 초콜릿을 팔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부럼을 서로 나누는 게 더 좋은 아이디어 같다”고 말했다.
정환봉 서영지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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