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들려줄 온정을 기다립니다” 중복장애아 삐찌싸
눈 멀고 귀마저 닫혀가는 중복장애아
“어~버~어어.”
재잘거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눠줘야 할 나이, 이제 네 돌을 지났지만 삐찌싸는 아직 ‘사람의 말’을 하지도, 듣지도 못한다. 그저 웃고 찡그리거나 손을 잡아 뜻을 나타낼 뿐이다.
삐찌싸는 눈과 귀에 장애를 가진 중복장애아다. 왼쪽 눈은 완전히 실명상태고 오른쪽 눈도 간신히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정도다. 소리는 전혀 못 듣는다. 삐찌싸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캄보디아 프놈펜의 숲 속에 버려졌다가 한 예수회 자원봉사자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그 이후로도 캄보디아의 열악한 의료상황 때문에 생사의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다. 다행히 예수회가 운영하는 장애어린이 기숙사 ‘자비의 빛’에 들어가면서 삐찌싸는 청각장애아 유치원에서 교육을 받게 됐다.
이 삐찌싸가 한국에 왔다. ‘자비의 빛’에서 삐찌싸(사진 왼쪽)를 돌봐온 오인돈 신부(사진 오른쪽)가 지난 7월 삐찌싸를 데리고 서울로 온 것이다. 지금까지 두 달째 삐찌싸는 장애를 덜어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삐찌싸는 아주 영리한 아이입니다. 같이 생활하는 언니 오빠들에게 물도 떠다주고, 매일 청소도 합니다. 도저히 중복장애아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예요.” 오 신부는 삐찌싸가 어린 나이에도 자기 일은 제 스스로 할 정도로 의지가 굳고, 외모에도 관심이 많아 예쁘게 옷을 차려입기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최근 삐찌싸에게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삐찌사를 진단한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쪽에서 눈은 치료가 힘들지만, 귀는 인공 달팽이관(인공 와우)을 이식하면 어느 정도 소리를 듣게 된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수술 뒤 반년 정도 언어치료를 받으면 말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수술부터 언어치료까지 드는 돈 1천여만 원은 병원에서 모두 부담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인공 달팽이관은 아직도 해결이 안됐다. 값이 2천만 원이 넘기 때문이다. 달팽이관을 살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오는 27일로 잡혀있는 수술도 취소될 처지다. 그래서 요즘 오 신부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이 작고 연약한 아이에게 세상을 들을 수 있는 ‘소리’만이라도 찾아주고 싶습니다. 이 아이가 세상의 작은 빛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한국예수회/조흥은행/379-03-006445, 김정욱 신부/외환은행/048-18-67602-1, 문의 02-716-5145)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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