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일부 교회 ‘위험’ 무시하고 순례객 모집

등록 2014-02-17 20:03수정 2014-02-17 22:49

[이집트 한국인 테러]

‘순례객 많이 모으면 목사는 무료’
자격증 없이 인솔하는 등 불법도
박아무개(57)씨는 ‘이집트 폭탄테러’ 기사를 읽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박씨도 지난해 ‘성지순례’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당시 박씨는 위험지역이라는 이집트는 빼고 이스라엘과 요르단만 방문했다. 박씨는 “위험한 지역을 무리해서까지 갈 필요가 있냐”며 안타까워했다. 박씨와 달리 위험지역을 피하지 않는 기독교 신자들도 있다. 정아무개(56)씨는 “5년 전 성지순례로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다녀왔는데 무장 군인들이 둘러싸고 경계가 상당했다. 하지만 위험해도 이집트를 거쳐 이스라엘을 가야 구약성서가 연결된다. 그걸 둘러보는 게 기독교 신자에겐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에 폭탄테러가 난 이집트 시나이반도는 여행경보 2단계(여행 자제) 지역임에도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십계’를 받았다는 시나이산이 있어 성지순례지로 각광받는다. 이집트-이스라엘-요르단으로 이어지는 ‘출애굽’(유대민족의 이집트 탈출) 코스는 성지순례객들이 찾는 주요 지역이다. 성지순례는 보통 ‘주일 예배’를 두 번 빠지지 않기 위해 길어야 13일 정도 간다. 기독교 신자들의 성지순례는 1960년대 시작됐지만 1988년 국외여행이 자유화되며 확산해 2000년대 들어 대중화의 길로 들어섰다.

성지순례가 인기를 끌면서 일부 여행사에서는 일정 인원 이상이 되면 목사는 ‘무료’로 성지순례를 보내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성지순례 전문 ㅋ여행사 관계자는 “15명 이상 가면 인솔자용 티켓이 나오는데 그 티켓을 목사님에게 무료로 줄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현지 수속 때까지 목사님이 대신 인솔만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국외여행 인솔자 자격증이 없는 목사가 신도들을 데리고 성진순례에 나서는 것은 불법이다. 이때문에 여행사들은 여행객을 더 모으면 인솔자를 대주기도 한다. 또 다른 성지순례 전문 ㄹ여행사는 “안전하게 가려면 인솔자가 같이 가고, 교회 쪽에서 30명 정도 모으면 목사님이 무료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1인당 비용은 보통 300만원가량 된다.

일부 목사들은 교회 신도들을 대상으로 성지순례객 모객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교회에 다니는 이아무개(60)씨는 “교회 부목사들이 각자 성지순례 모객을 하는데 신도들이 경쟁적으로 응했다. 가난한 신도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더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신앙심을 이용한 지나친 종교 마케팅 행태를 비판한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은 “젊은이들이 주로 가는 해외선교는 피선교자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없고, 중년 이상이 가는 성지순례는 여행에 가깝다. 교회에서 교인들의 충성심을 높이고 훈련하기 위해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성경은 신의 형상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데, 성지를 가정해놓고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신앙을 퇴행시킬 뿐이다”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