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 현장에서 살아돌아온 학생들이 18일 오후 부산외대 남산동 캠퍼스에 마련된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아 하룻밤 새 고인이 된 친구들의 영정 앞에 머리 숙여 조문하고 있다. 부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경주 리조트체육관 붕괴’ 참사
“시공안전 매뉴얼조차 없어”
설계기준 무시 부실시공 의혹도
“시공안전 매뉴얼조차 없어”
설계기준 무시 부실시공 의혹도
부산외국어대 학생 등 10명의 목숨을 집어삼킨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는 여러모로 피할 수 있는 사고였다. 하중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건물은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되는데다 안전점검을 한번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현장과 가까운 울산에서 폭설로 인한 샌드위치 패널 건물 붕괴 사고가 이미 발생했는데도 리조트 쪽과 당국은 제설 등 안전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
18일 경찰과 소방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쌓인 눈의 무게를 못 이겨 지붕이 무너진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 등 단열재가 들어 있는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해 내부에 기둥을 세우지 않는 피이비(PEB: Pre-engineered Metal Building Systems) 공법으로 지어졌다. 바깥쪽 철골조가 모든 하중을 견디는 구조로, 자재도 절약할 수 있고 공사기간도 단축된다. 하지만 정확한 하중과 자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시공이 이뤄지면 이번처럼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설계대로 지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이 지역은 1㎡에 50㎝ 적설량을 견디게 설계하도록 건축구조설계기준(국토해양부 고시)에 규정돼 있다. 당시 경주지역에 내린 규모의 눈에 지붕이 붕괴됐다면 설계기준을 맞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주 외동산업단지 등 인근 공장이나 일부 식당 건물 등도 비슷한 자재와 구조로 지어졌지만 이번 폭설을 버텼다.
체육관 지붕 설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건축물 시공업체의 박아무개(60) 대표는 “지붕이 삼각형이 아니라 평면에 가까운 건 제대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다. 지붕 곡선을 뾰족하게 뽑으면 쌓인 눈이 흘러내리는 등 하중을 좀더 견딜 수 있었을 것이다. 허가를 위해 낸 계획서대로 지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체육관은 2009년 완공 뒤 한번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이 지역에서 폭설로 인한 비슷한 사고가 잇따랐는데도 마우나오션리조트가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도 사고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0일 울산의 한 공장 지붕이 폭설로 무너져 1명이 숨졌고, 11일 같은 지역의 자동차 부품 공장 지붕이 무너져 2명이 숨졌다. 이 건물들도 샌드위치 패널로 피이비 공법에 따라 지어졌다. 그런데도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수백t의 눈이 쌓인 체육관 지붕의 제설작업도 하지 않았고, 당국의 사전 감독이나 지도도 없었다.
이처럼 중복된 위험 요소가 도사린 체육관에서 560여명의 학생이 무방비 상태로 행사를 진행했다. 참사는 예고된 인재였던 셈이다. 김경욱 기자, 대구/구대선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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