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8시간 연속 ‘나쁨’ 기록
기관지염·결막염 환자 늘어
시, 위기관리체계 본격 가동
일각선 “신체 영향 조사 시급”
기관지염·결막염 환자 늘어
시, 위기관리체계 본격 가동
일각선 “신체 영향 조사 시급”
미세먼지의 공포와 불안이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 기준으로 20일 오후부터 나타난 전국적인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7일째인 26일에도 이어져 전국 대부분 지역을 뒤덮었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병원에는 기관지염·결막염 환자가 늘고 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사흘째 발령 중인 서울시는 ‘재해’를 선언하고 위기관리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26일 기상청 측정 결과 서울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오후 3시까지 68시간 연속 ‘나쁨’(121~200㎍/㎥)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 이외 전국 대부분 지역도 ‘나쁨’과 ‘약간 나쁨’(81~120㎍/㎥) 사이를 오갔다. 이날 대기질이 가장 나빴던 곳은 울산으로, 오전 10시부터 4시간 동안 시간 평균 농도가 환경부 등급상 ‘매우나쁨’(201~300㎍/㎥) 단계에 머물렀다.
병원에는 미세먼지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기관지염·결막염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노약자를 중심으로 최근 부쩍 늘었다. 서울 구로구 우리아이들병원의 정성관 소아청소년과 원장은 “최근 고열 증상을 보이지 않고도 기침·가래로 고통을 호소하는 기관지염 환자가 평소보다 3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뉴스가 나온 뒤 2~3일 정도 지나면, 감염이 아닌데도 기관지염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알레르기성 안과 질환자도 늘어났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현안과의원 관계자는 “평소보다 10~20% 정도 환자들이 늘었다. 상당수가 알레르기성 안과 질환 때문에 병원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아이들병원의 정 원장도 “1~2살 아이들이 결막염 등 안과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도 최근 20%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날 긴급설명회를 열어 초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중심으로 한 위기관리 체계를 본격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장혁재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3일째 지속되고 있어 자연재해에 준하는 위기 수준으로 봐야 한다. 시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활용해 초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긴급 호흡기 질환자 발생 때 즉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야간 호흡기 환자 발생에 대비해 보건소·보건분소·시립병원 등은 밤 9시까지 연장 근무를 추진한다. 저소득 건강 취약계층 6만5000명에게는 황사마스크를 나눠주기로 했다.
초미세먼지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학적 조사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초미세먼지의 경우 원인물질이 무엇인지, 독성이 어떠한지 등에 대해 아직 제대로 규명된 바가 없다. 미세먼지가 단기적으로 사망률을 얼마나 높이는지 등은 조사한 바 있지만 장기적인 영향력에 대한 분석은 부족하다. 미세먼지가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으로 치매나 파킨슨병을 유발할 우려가 있지만 관련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환봉 정태우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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