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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황우석 논문 조작, 10살 소년 살리려 제보했다”

등록 2014-03-05 08:10수정 2014-03-05 10:29

첫 제보 류영준 교수, ‘나·들’에 전말 공개
“논문 발표 한달 전에 임상실험 소식, 암 발병 등 부작용 검증 안돼
주위에 알렸지만 모른 체해 결심…황우석, 노벨상에 눈멀어 속임수”
황 박사 제자이자 논문 제2 저자…제보자로 지목돼 한때 숨어 지내
2005년 황우석 박사 연구팀의 인간 배아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처음 제보한 류영준(42·사진) 강원대 의대 교수(당시 원자력병원 전공의)가 8년 만에 자신을 공개했다. 그는 “당시 10살 소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제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때 황우석 박사의 제자였던 그는 “지금도 황우석에게서 연구자로서의 진실성이나 호기심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한겨레신문사가 발행하는 월간 <나·들>과 최근 인터뷰를 하고 제보 시기를 전후한 ‘황우석 사건’의 전말을 공개했다.(인터뷰 전문은 <나·들> 3월호 참조) 류 교수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인간 체세포 배아줄기 복제 1차 논문의 제2저자인 그는 논문 조작 제보 당사자로 지목돼 한때 직장을 잃고 숨어 지내다가 지난해 강원대 의대 병리학 교수로 임용됐다.

류 교수는 2004년 논문의 근거가 된 ‘NT-1’ 세포와 관련해 “복제 검증 실험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등 줄기세포라고 확신할 수 없어서 이런 내용을 논문에 넣자고 했으나 황우석 교수가 거절해 논문 초록 끝에 그 가능성을 한 줄 언급하는 것으로 타협했다”며 “내가 논문 초안을 작성해 <사이언스>에 보낸 뒤 그의 지시로 데이터가 사후 조작된 것을 사건이 터지고 나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6년 1월 이 세포가 복제가 아닌 자가생식의 산물이라고 결론지었다.

류 교수는 제보를 결심한 계기에 대해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10살 소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자신이 맡았던 프로젝트가 끝나고 논문 게재 승인이 이뤄진 뒤 실험실을 떠난 그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발표되기 한 달 전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11개의 복제줄기세포를 만들어 임상실험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핵심 인력이 모두 떠난 상태였기에 발표 내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데다 임상실험 대상이 2003년 자신이 직접 체세포를 떼어낸 전신마비 10살 소년이었다.

류 교수는 “황우석 박사가 소년에게 줄기세포를 넣어 신경을 살린다는 계획이었는데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아무런 검증이 안 된 상태였다. 면역반응이 나타나거나 암에 걸릴 수도 있었다”며 “황우석 박사 주변 인물들에게 이런 위험성을 알렸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황우석 박사가 논문 조작을 일삼고 주로 언론을 통해 연구 성과를 드러낸 이유에 대해 “노벨상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건 제보로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 흐름이 꺾였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류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이 줄기세포 강국이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언론이 키워온 거품이 대중의 상실감을 키운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황우석 사건은 과거 한국이 정치·경제·사회뿐만 아니라 과학에서도 ‘생존과 발전’이라는 절대목표에 복종하면서 벌어진 비윤리적 행태였다. 젊은 과학자들은 기성세대의 잘못을 더이상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2월27일 대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뒤에도 인천시의 지원 아래 바이오센터 건립을 추진할 의지를 밝히는 등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글 이재명 <이코노미 인사이트> 기자 miso@hani.co.kr

사진 박승화 <나·들>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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