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말 교장이 주선한 술자리서
보복 우려 해당학교 떠나며 진정
보복 우려 해당학교 떠나며 진정
경기지역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교장 주선으로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에서 교육청 장학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교육청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교사는 성적 수치심 등 때문에 뒤늦게 진정을 냈는데, 교육청은 징계시효가 지나 징계는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5일 경기도교육청과 해당 교사 등의 말을 종합하면, 초등학교 ㅇ(여) 교장은 2011년 12월2일 여교사 6명에게 ‘저녁식사를 하자’며 오후 6시에 횟집에 모이게 했다. 30분쯤 뒤 교육지원청 장학관 ㅇ씨가 먼저 식당에 나타났고 ‘교장에게 젊은 선생님들과의 만남을 부탁해 자리가 마련됐다’며 술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을 낸 여교사(28)는 “장학관 ㅇ씨가 여교사들 가운데 가장 교직 경력이 짧은 나를 옆자리에 앉도록 한 뒤 허벅지를 만지거나 등을 쓰다듬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ㅇ씨는 다른 여교사도 옆에 앉도록 해 술을 강권하며 ‘역시 젊은 것들이 뜨겁다’고 성희롱을 했다고 진정을 낸 교사는 주장했다. 학교장은 1시간쯤 뒤 식사 자리에 나타났다. 장학관 ㅇ씨는 교장과 같은 대학 출신으로 한때 같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경기지역 초등학교 교장이다.
이 교사는 “곧바로 진정하거나 고소하려 했지만 보복이 걱정되고 수치심 때문에 참았다. 그러나 2년 넘도록 사과도 없었다. 기다리다 이 학교를 떠날 수 있게 되자 가해자를 중징계할 것을 요구하는 진정을 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징계시효가 지나 사실 확인 조사밖에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교사는 말했다.
지난달 19일 진정을 접수한 경기도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현행법에 공무원 징계시효는 금품수수 등은 5년인데, 다른 사안은 2년에서 3년으로 지난해 늘었다. 이 사건은 법 개정 전의 일이어서 여교사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도 징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진정 2주일 만인 6일부터 진정 내용을 감사하겠다고 했다.
이에 ㅇ씨와 당시 학교장은 “자연스러운 장학지도 차원에서 교사들과 저녁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성추행이나 성희롱은 결코 없었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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