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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악마의 편집?…SBS ‘짝’ 폐지 목소리 커져

등록 2014-03-05 21:34수정 2014-03-06 11:22

여성 출연자 제주 촬영지서 “너무 힘들다” 메모 남기고 목숨 끊어
외모·재력 앞세운 ‘인간 상품화’ 비판…SBS, 촬영분 방영 않기로
짝짓기 프로그램인 <에스비에스>(SBS)의 <짝>에 출연한 여성이 촬영지의 숙소 화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촬영이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단계이지만, ‘인간 상품화’ 등의 지적을 받아온 이 프로그램의 존폐가 논란 대상으로 떠올랐다.

5일 새벽 2시께 제주 서귀포시의 한 펜션 화장실에서 <짝> 출연자인 전아무개(29)씨가 목을 매어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 출연자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씨는 화장실 바닥에서 발견된 수첩 마지막 쪽에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나 너무 힘들었어. 살고 싶은 생각도 이제 없어요.… 단지 여기서 짝이 되고 안 되고가 아니라 삶의 의욕이 없어요”라는 글을 남겼다. 전씨가 쓴 글에는 호감 가는 사람에게 쓴 내용도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전씨는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귀포경찰서 브리핑을 보면, 전씨는 전날 저녁 8시께 숙소 거실에서 출연자들과 저녁식사를 한 뒤 이튿날 0시30분께 숙소 테라스에 혼자 있었다. 이어 새벽 1시30분께 숙소 화장실에 들어갔고, 다른 출연자들이나 제작진은 거실이나 다른 방에서 대화하거나 잠을 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성 출연자가 “전씨가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에 있는 게 아니냐”며 확인한 결과, 물 소리가 나고 화장실 문이 잠겨 있어 현장에 있던 피디가 문을 열어 쓰러진 전씨를 발견했다. 펜션 관계자는 “출연자 가운데 의사가 있어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119구조대가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5일 새벽 <에스비에스>(SBS) 프로그램 <짝>에 출연한 여성의 자살 사고와 관련해 에스비에스가 저녁 8시 뉴스에서 사과방송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짝> 프로그램 화면. 에스비에스 화면 갈무리
5일 새벽 <에스비에스>(SBS) 프로그램 <짝>에 출연한 여성의 자살 사고와 관련해 에스비에스가 저녁 8시 뉴스에서 사과방송을 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짝> 프로그램 화면. 에스비에스 화면 갈무리
남성 7명, 여성 5명인 출연진은 지난달 27일부터 펜션에 투숙해 제주도 곳곳에서 촬영을 했고 5일 숙소를 나갈 예정이었다. 또 5일은 출연자들이 자신의 ‘짝’을 결정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강경남 서귀포경찰서 수사과장은 “전씨 자신이 프로그램 출연을 신청한 것으로 돼 있다. 전씨의 인기가 촬영 기간에 변동이 있었다고 한다. 이틀 전 커플 두 쌍, 하루 전 커플 두 쌍에게 데이트할 시간을 주는데, 전씨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출연자들과 제작진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출연자 여러분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안겨드리게 된 것에 대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에스비에스는 이 사고 이전의 출연자들이 나오는 <짝>을 이날 밤 결방하고, 이번 사고 출연자가 포함된 촬영분도 방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폐지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11년 3월 방송되기 시작한 <짝>은 <정글의 법칙>과 함께 에스비에스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출연자 경력 위조, ‘인간 상품화’ 논란, 경쟁 과정에서의 소외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온 이 프로그램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인터넷 등에서 커지고 있다.

우선 출연자가 일반인이라는 점에서 많은 논란이 발생했다. 온라인 쇼핑몰 홍보를 위해 나온 출연자가 있는가 하면, 데뷔를 한 여성 연기자가 출연하기도 했다. 나이나 학력을 속인 출연자도 더러 있었다. 성인물에 출연했던 남성이 ‘과거’를 속인 채 나오거나, 소송에 휘말린 사람이 출연해 재촬영을 한 적도 있다. 논란이 일 때마다 제작진은 “앞으로 출연자 검증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프로그램은 외모와 학력, 재력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풍조를 부채질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짝짓기 과정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출연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몰표를 받은 여성은 3~4명의 남성에게 둘러싸여 도시락을 먹지만, 선택받지 못한 여성은 초라하게 홀로 앉아 도시락을 먹는 식이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종종 과열 양상을 보였다.

2011년에는 한 남성 출연자가 <짝> 누리집에 “최종 선택에서 특정인을 거절하도록 제작진이 시켰다”고 폭로하면서 프로그램의 진실성까지 도마에 올랐다. 출연자의 의도를 왜곡하는 ‘악마의 편집’도 입길에 올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짝>은 일반인 참여로 제작돼온 터라 위험 요소가 잠복해 있었다. 제작진이 아무리 검토를 한다 해도 세밀한 검증까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런 일상의 만남이 아니라 애정촌에서의 6박7일이라는 시공간적 제약이 출연자들에게 압박이 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허호준 기자, 김양희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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