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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침묵의 살인자’ 석면 위험성 온몸으로 알리고…

등록 2014-03-06 20:18수정 2014-03-06 22:32

2010년 제정된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라 구제 혜택을 받은 첫 ‘환경성 석면 피해자’인 고 최형식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공동대표가 2009년 12월 국회에 이 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 8만여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부를 전달한 뒤 환하게 웃음짓고 있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제공
2010년 제정된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라 구제 혜택을 받은 첫 ‘환경성 석면 피해자’인 고 최형식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공동대표가 2009년 12월 국회에 이 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 8만여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부를 전달한 뒤 환하게 웃음짓고 있다.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제공
3일 별세한 최형식씨
2010년 피해구제법 제정 끌어내
“내가 석면암이라니….” 청천벽력이었다.

2008년 6월 가슴이 답답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그에게 내려진 최종 진단명은 ‘원발성 악성중피종’. 85~95%가 석면먼지 노출에 의해 발병해 흔히 ‘석면암’으로 불리는 희귀병이면서 현대 의학으로 손을 쓸 수 없는 불치병이다.

최형식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당시 13년째 아파트 경비일을 하고 있었다. 석면 공장 근처에는 가본 적도, 살아본 적도 없는 자신에게 석면암이 찾아온 것을 이해할 수 없던 그는 인터넷을 뒤져 석면 전문가인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를 찾았다. 백 교수 소개로 당시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가 그의 주거 이력을 조사한 결과 유력한 원인이 드러났다. 그가 살던 광명시 철산동 일대에서 1980~1990년대 대규모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될 때, 석면이 다량 함유된 슬레이트 건축물들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석면 먼지였다.

재개발 사업 현장 근처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석면암에 걸린 그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직업병만이 아닌 환경병 유발원으로서의 석면에 더욱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한겨레> 2008년 10월13일치 14면) 병든 그의 몸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환경성 석면 피해’의 살아 있는 증거였다. 그는 그런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의 문을 두드려 석면 추방 운동에 뛰어들었다. 석면을 주제로 한 토론회 때마다 온 몸으로 석면의 위험성을 증언했고, 석면 피해 현장이면 어디든 찾아가 피해자들의 조직화에 힘을 쏟았다. 2009년 석면추방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서는 관련 법 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이끌었다. 이런 노력은 2010년 환경성 석면 피해자들에게 치료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것을 뼈대로 한 석면피해구제법 제정으로 열매를 맺었다. 그는 이듬해 이 법에 의해 구제 혜택을 받은 첫 번째 환경성 석면 피해자가 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의 이런 노력을 기려 지난해 12월 환경피해자대회에서 감사패를 수여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상을 받으러 올 수 없었다. 악성중피종이 복막에서 흉막으로 전이되면서 급속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중피종암 환우들이 대신 받아온 감사패를 전달받은 지 76일 만인 지난 3일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 먼지는 그의 마지막 호흡을 거뒀다. 향년 72.

최 대표와 함께 활동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악성중피종 환자는 통상 1년 안에 숨지는데, 선생은 5년 넘게 버티면서 많은 일을 하셨다. 병상에서도 마지막까지 ‘중피종 피해자를 돌봐줄 모임이 잘돼야 한다’며 걱정했다”고 애도했다. 그는 5일 경기 광명시 광명밀레니엄파크에 안치됐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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