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다큐 개봉 앞두고 만난 ‘지존파’ 담당 강력반장 고병천씨
“빈곤 벗어날 방법 없다면 지존파사건 또 반복”

등록 2014-03-09 17:42수정 2014-03-09 20:54

고병천 전 강력반장
고병천 전 강력반장
“최근 자살 잇따르고 리조트 붕괴
삼풍 무너졌던 20년전과 비슷”
그도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전남 영광군의 한 허름한 건물 지하실엔 사람의 뼈가 소각시설에 나뒹굴고 있었다. 냉장고에는 신체 일부가 검은 비닐봉지에 쌓여 있었다. 1994년 9월19일 ‘지존파’는 결국 검거됐다.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1반장이었던 고병천(65·사진)씨는 ‘지옥’에 갔었다고 했다. 그는 서울 양재동 한 찻집 종업원의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던 당시를 생생히 기억해냈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죠.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감각적으로 움직였어요. 지존파를 모두 검거하기까지는 의외로 30분밖에 안 걸렸습니다.”

6일 오후 만난 고씨의 얼굴에는 34년 형사 생활의 자부심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2009년 6월 정년퇴임한 고씨의 생생한 증언은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감독 정윤석)에 그대로 재연됐다. <논픽션 다이어리>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각) 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부문에서 최고의 아시아 영화가 받는 넷팩상(NETPAC)을 수상했다. 지난해 10월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인 비프메세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가 출연한 이 영화는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지존파는 ‘살인 공장’까지 차릴 정도로 악에 받친 잔인한 폭력배였지만, 고씨는 그들 안에서도 인간의 애처로움을 봤다. “조사하는데 먹고 싶은 거 있냐고 했더니 중국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6000원짜리 잡탕밥을 시켜줬었죠. ‘처음 먹어 보는 건데…’ 하면서 먹는데 가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는 최근 대학생 등 10명이 숨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참사’를 보며 1990년대를 다시 떠올렸다. 그는 지존파 사건뿐 아니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도 담당했었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는 지존파 사건이 터져나온 지 1년여 만에 발생했다. 그는 자살이 잇따르는가 하며 강력사건과 더불어 건물붕괴 사고까지 벌어지는 요즘이 기묘하게도 20여년 전과 비슷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정말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일자리는 없고, 빈곤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는 거예요. 한해 평균 2만여명의 사람들이 실종되는데 10~20%는 미제사건입니다. 지금도 지존파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보장할 수는 없어요.”

고씨는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여러 형사사건을 해결하는 데 자신이 적극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길 바라는 걸까. “퇴직 경찰관을 활용하는 제도가 있긴 있어요. 하지만 형식적일 뿐입니다. 경험 많은 형사들을 활용해서 범죄 현장에도 보내고 하면 여러 풀리지 않은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을 텐데요.”

그는 ‘연쇄살인에 관한 연구 및 대책’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쓰고 있다. 지난 2월 광운대 범죄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허리 수술로 2년간 병원신세를 진 그는 몸이 예전보다 약해졌다고 했지만,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은 바람이 무척 뜨거워 보였다.

글·사진 서영지 기자 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