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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키스탄서 한국인 목사 납치됐다가 풀려나

등록 2014-03-14 13:52

김형민(49) 목사
김형민(49) 목사
파키스탄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는 한국인 목사가 무장 괴한에게 납치됐다가 하루 뒤 무사히 풀려났다.

 파키스탄 사르고드하에서 한글학교 ‘창원’을 운영하는 김형민(49·사진) 목사는 14일 “파키스탄 현지에서 지난 9일 아침 무장괴한에게 납치됐다가, 다음날 오후 풀려나, 한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13일 귀국했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을 직접 겪으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2011년 말 파키스탄으로 건너가, 2012년 3월부터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3시간 거리의 사르고드하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김 목사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일요일이었던 지난 9일 아침 8시30분께 한글학교 인근 기독교인 마을인 이사나가르의 교회에 예배를 보러 가려고 영업용 차량인 릭샤를 타는 순간 총으로 무장한 괴한 5~6명에게 포위됐다. 그는 릭샤 운전사와 함께 머리에 검은색 두건이 씌워지고 양손은 수갑에 채워진 상태로 괴한들의 차량으로 끌려가, 머리를 무릎 사이에 숙인 상태로 납치됐다.

 1시간30분 정도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감옥이었다. 철창 문이 달린 가로 1m 세로 2m 정도 크기의 감방이 여럿 있었다. 김 목사는 8번 감방에 수감됐다. 멀리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차량들의 소리, 모스크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 등이 들리는 것으로 미뤄 주택가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고 그는 짐작했다.

 이곳에서 그는 두 차례 심문을 당했다. “무슨 일을 하느냐” “외국인 출입금지 지역인 쿠사브에 왜 한국인들과 갔다 왔느냐”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삯은 얼마냐” 등의 질문을 받았고, “한국으로 돌아가라. 사르고드하에는 다시 오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등의 말을 들었다. 괴한들은 김 목사의 신용카드와 집 열쇠도 빼앗아갔다. 쿠사브는 원자력발전소 등 핵시설이 있는 곳으로, 김 목사는 이달 초 한국에서 온 지인들과 이곳에 관광을 다녀왔다.

 다음날 오후 괴한들은 김 목사의 눈에 테이프를 붙이고 양손을 수갑으로 채운 뒤 차량에 태워 이동했다. 10일 오후 4시께 김 목사를 내려준 곳은 사르고드하에서 2시간 거리인 쿠사브라는 도시의 은행 앞이었다. 괴한들은 그에게 돈을 찾아오라고 했다. 그는 은행에 들어가 돈을 찾으며 청원경찰 등에게 필사적으로 도움을 요청했고, 돌아보니 은행 앞에 있던 괴한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의 계좌에는 175만원이 남아 있었다. 괴한들이 한국으로 갈 비행기 삯을 남겨두고 400여만원만 빼간 것이다. 납치된 동안 괴한들은 김 목사의 집에도 들이닥쳐 컴퓨터와 각종 자료를 가져갔다. 하지만 다른 금품은 손대지 않았다.

 괴한들이 자신을 풀어준 것이라고 판단한 김 목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11일 아침 현지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납치됐던 사실을 신고하고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돌아갈 때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만 답했다. 결국 김 목사는 동트기 전인 12일 아침 6시께 집에서 몸만 빠져나와 이슬라마바드의 한국대사관을 찾아갔다. 그는 한국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12일 밤 11시35분 비행기를 타, 13일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김 목사는 “400여만원과 컴퓨터 등을 빼앗겼지만, 괴한들의 목적이 결코 금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최근 나의 행적을 자세히 알고 있었고, 쿠사브에 다녀온 점과 기독교인 마을에 자주 간 점 등을 문제삼은 것을 볼 때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현지 경찰이 관련됐거나, 아니면 무장 괴한을 가장한 비밀경찰이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대사관 등을 통해 파키스탄 정부에 조만간 항의할 생각이다.

 김 목사는 경남 창원시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상담실장으로 활동하다 2011년 말 파키스탄 사르고드하로 건너가, 이듬해 봄 한글학교 ‘창원’을 열었다. 그는 현지에서 한글학교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어린이 학교 보내기 운동을 펼쳐왔으며, 최근에는 기독교인 마을인 이사나가르에서 지붕 개량 사업, 가정마다 화장실 만들기 운동, 문맹 퇴치 운동 등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창원/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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