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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상체에 달린 엉덩이, 그것은 아름다운 먹거리

등록 2014-03-14 19:30수정 2014-03-15 14:17

포유류의 유방은 새끼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젖을 만드는 젖샘과 새끼가 빨기에 딱 적당한 크기의 젖꼭지만 존재하면 될 텐데 사람 여성은 그렇지 않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한 ‘2002년 엄마젖 최고! 공모전’에서 입상한 포스터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포유류의 유방은 새끼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존재한다. 그렇다면 젖을 만드는 젖샘과 새끼가 빨기에 딱 적당한 크기의 젖꼭지만 존재하면 될 텐데 사람 여성은 그렇지 않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현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주최한 ‘2002년 엄마젖 최고! 공모전’에서 입상한 포스터 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토요판] 몸 / 여자의 가슴
▶ 여성의 수유기관으로 대흉근 상부에 위치하며 유방체와 피하조직으로 구성된 반구형의 기관. ‘유방’이 더 정확한 용어지만 ‘가슴’이라고도 부릅니다. 여성의 가슴은 왜 존재하는 걸까요. 현대 여성들이 볼륨감 있는 가슴을 욕망하는 이유가 수유를 잘하기 위함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성적 매력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신체 부위란 인식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포유류에게 가슴이란, 어머니로 대표되는 여성의 모든 것을 떠올리게 하는 심연 아닐까요.

몇 년 전인가, 모 영화제에서 한 신인 여배우가 파격적인 디자인의 오렌지빛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첫걸음을 디뎠다. 한 벌의 드레스가 던진 파장은 엄청났다. 원래 영화제 레드카펫에는 여신급 미모를 가진 이들이 화려한 드레스와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녀가 다른 이들과 차별화된 점은 가슴이었다. 간신히 유두만을 가리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드레스 뒤에 드러난 터질 듯 풍만한 젖가슴에서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가 레드카펫에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양의 카메라 플래시가 그녀를 향해 눈부시게 터져댔고, 포털들은 그녀의 이름을 검색어 1위에 랭크시켰다. 그녀는 신인으로서는 얻기 힘든 ‘이름을 알릴 기회’를 ‘가슴’으로 얻은 셈이다.

‘네개 달린 여자’ 블랑슈 뒤마의 인기

여성의 가슴에 대한 유별난 관심은 예전에도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의 남성들 사이에서는 은밀한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그것은 파리 사창가에 네 개의 젖가슴이 달린 여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네 개 달린 여자’로 불렸던 소문의 주인공은 블랑슈 뒤마였다. 1860년 카리브해의 한 섬에서 태어난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그녀는 다리가 셋이었고, 상체에 존재하는 것과 별도로 세 개의 다리 사이, 즉 사타구니라고 불리는 곳에 유두를 갖춘 한 쌍의 젖가슴을 더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간의 관심은 그녀의 세 다리보다는 그 다리들이 겹치는 은밀한 부위에 자리잡은 한 쌍의 젖가슴에 더 있었다. 실제로 당시의 호기심 많고 돈도 많았던 ‘신사’들은 그녀의 또다른 젖가슴을 보기 위해 큰돈을 내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어떠한 대상들을 가를 때 그 대상의 가장 명확한 특징을 기준 삼아 다른 것들과 구별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인간을 구별하는 주요한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가슴’, 그것도 ‘여성의 가슴’이다. 생물학적 분류 체계에서 사람은 동물계-척색동물문-척추동물아문-포유강-영장목-사람과-사람속-사람종으로 분류되는데, 포유(哺乳)라는 이름에 이미 ‘새끼를 어미젖을 먹여 키우다’라는 특징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절대다수 포유류의 경우, 암컷이 지닌 젖샘의 존재는 오로지 육아만을 위한 것이다. 짝짓기 철이 되면 온갖 치장을 하고 페로몬을 흘려대며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동물들 중 어떤 수컷도 암컷의 젖꼭지 개수에 관심을 가진다든지, 혹은 암컷이 불룩하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을 이용해 수컷을 끌어들인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들에게 젖샘은 오로지 새끼들의 이유식일 뿐이며, 어른들은 어른답게 갓난새끼들의 먹거리에 손을 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점에 있어서도 인간은 예외다. 인간의 경우, 젖샘, 정확히 말하자면 젖샘이 존재하는 부위인 여성의 젖가슴은 육아의 의미보다는 성적(性的) 의미로 읽히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지 않다면 앞서 예로 든 해프닝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유독 인간은 자신의 아이가 먹을 젖을 만들어내는 부위에 섹스 어필이라는 또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게 된 것일까?

여타의 포유동물과는 다른 인간만의 이러한 차이는 진화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저마다 자신들의 책에 ‘여성의 가슴의 존재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할애하는 계기가 된 듯싶다. 이들은 한결같이 여성의 젖가슴이 성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데 대해 인간의 직립보행을 이유로 든다. 일반적으로 네발로 ‘기어다니는’ 동물들은 발정기를 알리는 표지로 엉덩이를 이용하곤 한다. 엉덩이는 성기와 가까운 부위인데다가, 네발 동물들의 경우 머리 높이가 엉덩이 높이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발정기에 엉덩이를 눈에 띄는 색으로 물들인다든가, 아니면 유혹적인 향기를 내뿜든가 해서 수컷들의 시선과 관심을 엉덩이로 집중시킨다. 인간의 경우, 직립보행을 하게 되면서 머리의 위치가 엉덩이보다 위로 올라가게 되었고, 이로 인해 눈높이에서 멀어진 엉덩이를 대신하는 섹스 어필 기관으로 젖가슴을 발달시켰다는 것이다.(남성들의 시각의 폭이 그리도 좁던가? 머리만 좀 숙이면 될 것을.) 이에 대해 그들은 여성의 젖가슴이 ‘반구형’(半球形)을 띤 채 부풀어 오른 것이 강력한 근거라고 말한다.(이건 여담이지만, 여성인 필자가 지금껏 수없이 많은 목욕탕에서 만난 여성들 중에는 반구형 젖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드물던데, 도대체 왜 진화론자들은 하나같이 여성들의 가슴이 모두 ‘반구형’을 띤다고 ‘확신’하는 것일까. 사실 이것도 미스터리다.)

포유류에게 암컷의 가슴은
오로지 육아만을 위한 것이다
어떤 동물 수컷도 젖가슴에
관심 갖고 주목하지 않지만
인간은 성적 의미를 부여했다

직립보행 뒤 눈높이에서 멀어진
엉덩이 대신해 가슴 발달했다는
진화론자들의 연구 결과 있지만
아기가 얼마나 엄마의 가슴을
좋아하는지 엄마들은 안다

배변 용인하면서 식사 허락하지 않다니

여하튼 여성의 유방이 젖을 먹이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면, 거기엔 젖을 만드는 젖샘과 새끼가 빨기에 딱 적당한 크기의 젖꼭지만 존재하면 될 것이다. 포유류 암컷들은 대개 이러한 형태의 유방을 가진다. 하지만 사람 여성은 유선 조직을 둘러싼 지방 조직이 다수 분포해 둥글게 부풀어 오른 젖가슴을 갖게 된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추가적으로 지방 조직이 다수 분포하는 것은, 직립보행으로 땅에서 멀어진 남성들의 눈높이에 섹스 어필할 부위를 추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여성들의 젖가슴은 상체에 달린 엉덩이인 셈이다. 많은 남성 주류 학자들에게 ‘상체에 달린 엉덩이’ 이론은 매우 널리 퍼져 있고, 또한 그 믿음도 확고한 편이다. 심지어 <털 없는 원숭이>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그의 다른 책 <벌거벗은 여자>를 통해 여성들의 젖가슴이 남자들을 위한 또 다른 엉덩이가 되기 위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는 ‘여성’ 학자들의 주장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조목조목 반박하는 세심함까지 보여준다. 그의 주장은 이렇게 읽힌다. ‘지방이 풍부하게 분포하여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여성의 젖가슴은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아버지를 위한 것’이라고. 정말 그것뿐일까.

근거가 무엇이든 간에 여성의 가슴이 성적인 대상임은 확실한 듯하다. 그렇지 않다면 남성들이 여성의 가슴에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우니까. 그건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은 여성의 가슴이 일차적으로는 아이를 위한 것임을 종종 잊는 듯하다. 공공장소에 수유 시설은 왜 그토록 부족할까. 수유실이라고 가보면 어두컴컴한 골방에 더러운 의자 하나 달랑 놓여 있기 일쑤다. 여성이 집이 아닌 곳에서 젖가슴을 내어 놓는 행위를 육아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부족하기 때문 아닐까. 화장실에 기저귀 가는 곳이 있다면, 그 건물 어딘가에는 수유실도 있어야 한다. 배변은 용인하면서 식사는 허락하지 않는다니 이율배반적인 게 아닌가.

마지막으로 개인적 경험 하나. 세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에게 모두 젖을 먹여 키운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며 가장 가슴 벅차게 행복했던 순간이 있다. 바로 배냇머리가 젖도록 열심히 젖을 빨던 아이가 배불리 먹고는 포만감에 기분이 좋아져 엄마의 젖가슴에 기대어 소리없이 웃을 때였다. 엄마들은 안다, 아기들이 얼마나 엄마의 젖가슴을 좋아하는지. 아기들은 엄마의 따뜻하고 말랑한 젖가슴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애정을 표시한다. 한번이라도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그리고 아이의 심정에 공감한 경험이 있었다면, 여성의 젖가슴이 발달한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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