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전·월세 폭등에 “동거하실 분 찾아요”

등록 2014-03-18 15:20수정 2014-03-19 09:04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전세 매매 시세표.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전세 매매 시세표.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대출이자 등 경제적 부담 줄이려
하메·홈메·룸메 구인글 크게 늘어
서울의 한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 이성민(32)씨는 최근 ‘동거’를 시작했다. 사랑해서가 아니라 돈 때문이다. 다음달 79㎡ 아파트 전세 재계약을 앞두고 집주인은 “보증금 3000만원을 더 내든지, 월세 30만원을 추가로 지불하라”고 했다. 당장 돈을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이씨는 ‘하메’를 구했다. ‘하우스 메이트’(동거인)의 줄임말이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45만원을 받기로 하고 한 취업준비생에게 방 한 칸을 내줬다. 1억9000만원 보증금을 올리지 않은 대신 45만원 중 30만원은 집주인에게 간다.

“이사를 갈까도 생각해봤는데, 지금 돈으론 어림도 없어서요. 조금 불편해진 것 대신 경제적 부담이 줄었죠. 그 친구도 반지하방 같은 데 살다가 같은 돈으로 아파트에 살 수 있으니 좋다고 하더라고요.” 이씨는 동거 생활이 대학 기숙사나 국외 홈스테이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셋값이 폭등하고 전세 물건도 찾기 어려워지면서 집을 나눠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임대료 인상을 해결하지 못하는 서민과, 반지하방이나 고시원에 사는 학생·취업준비생 등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특히 봄 이사철에, 1990년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2년 단위로 전세 계약이 체결되면서 재계약이 몰린다는 짝수해까지 겹친 터다.

부동산 직거래 카페와 자취생 커뮤니티 등에는 ‘하메’(하우스메이트)·‘홈메’(홈메이트)·‘룸메’(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이 줄을 잇는다. 올 초 하루 평균 10여건도 채 안되던 글이 최근에는 수백여건으로 늘어나는 등 집 나눠쓰기(주거 공유) 방식이 전·월세난 속에 또 하나의 주거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하메’ 찾기는 20~30대뿐만 아니라 40~50대까지 번지고 있다. 서울 광진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손아무개(44)씨는 동거인을 구하는 중이다. 올 초 자녀 조기유학으로 아내와 중학생 아들을 캐나다로 떠나보냈다. 그는 “전세난에 무리하게 대출받아 마련한 집이다. 동거인을 구해 월세를 받아 대출 이자라도 갚는 것이 나을 듯해서 집을 나눠쓸 사람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없지 않다. 세입자가 다시 세를 놓으면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달아나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고 한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ㅅ부동산을 운영하는 이현숙(48)씨는 “임차인들끼리 거래는 법적 보호를 받기 쉽지 않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반드시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 정상적인 계약서를 쓰고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