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나는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국정원 댓글 직원들 돌연 ‘모르쇠’

등록 2014-03-18 22:38

원세훈 재판에서 진술 번복
본인 휴대폰 번호도 “모른다”
“그렇게 길게 얘기했다니 제가 천재인 것 같습니다. 나는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는 30여년 경력의 국정원 직원들이 “기억 안 난다”, “검찰 조사 때는 위축돼 정신이 혼미했다”며 검찰에서 한 진술을 잇따라 뒤집고 있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63)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서 33년 베테랑이라는 트위터팀 직원 김아무개씨는 검찰 조사 때 했던 말을 대부분 번복했다. 검찰이 김씨의 진술이라며 “매일 하달되는 내용이 정치적 중립과 어긋날 때가 종종 있어 일선에서 활동하는 파트원으로서 당혹스러울 때가 있었다”, “태산4(taesan4) 계정이 내가 쓴 게 맞다. 태산 같은 마음으로 묵묵히 살아가야겠다는 의미에서 지었다. 초년병부터 묵묵히 일했는데 진급도 안 시켜주고 말년에 이런 일로 문제되니 초조하다”는 등의 발언을 법정에서 읽어주자, 그는 “그렇게 길게 얘기했다니 제가 천재인 것 같습니다. 나는 돌아서면 잊어버립니다. 제가 일목요연하게 진술할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지난해 10월 체포돼 검찰 조사를 받은 상황에 대해 “그날 아침 키 크고 덩치 크신 팀장(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오셔서 ‘너네 말이야, 무조건 진술해야 네가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압박이 상당해서 뭐라도 얘기 안 하면 다칠 것 같았고…, 제가 이 자리(법정)에 앉아 있지만 지금 제가 아닙니다. 저는 혼이 딴 데 가 있습니다”라는 말도 했다.

김씨는 체포된 뒤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모두 변호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서 내용을 읽고 서명했다. 재판장이 “그 당시 왜 조서에 서명했는가”라고 묻자, 김씨는 “30여년간 열심히 일하다가 순식간에 자식들 보는 앞에서 체포돼 제가 쌓아온 게 모두 무너졌습니다. 그 이후 변호사님이 들어오셨지만 저라는 인간의 존재는 사라졌습니다. 지금도 초인종 누르는 소리에 깜짝 놀랍니다”라고 답했다.

전날 법정에 선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도 “기억력이 떨어진다”, “모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휴대전화 번호나 자신의 전자우편 주소가 맞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