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공개 재판 서는 게 고역인 유명인에게 ‘약식기소’는 큰 혜택
최근 검찰의 ‘유명인 봐주기’…정식재판 넘겨지는 일 많아
최근 검찰의 ‘유명인 봐주기’…정식재판 넘겨지는 일 많아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을 법정에 세울 수 있다. 이를 기소권이라고 하고,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을 기소하면서도 법정에 세우지 않을 수도 있다. 약식기소라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벌금형이 규정돼있는 범죄의 경우, 검찰은 이런저런 사정을 고려해 피고인에게 벌금 납부를 명령하는 것이다. 공개된 재판정의 피고인석에 서는 게 고역인 유명인에게 검찰의 약식기소는 그것만으로도 큰 은전이다. 형사소송 절차에서 검찰이 가진 막강한 재량권 중에 하나다.
그러나 검찰이 이 권한을 잘못 사용하면 ‘봐주기 했다가 딱 걸렸다’는 소리를 듣기 쉬우니 조심해야 한다. 약식기소된 사건은 판사가 서면심리만으로 검찰의 벌금형 청구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렇게 끝낼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에는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새누리당 최고 실세인 김무성 의원 누나(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의 횡령 사건도 법원은 약식 사건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우인성 판사는, 검찰이 벌금 2000만원에 약식기소한 김 이사장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김 이사장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자신의 딸을 용문학원 소유 건물의 관리인으로 허위 등재한 뒤 임금 명목으로 3억7000여만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이사장의 나이(86살)가 많은 데다 초범이고 피해 금액이 전부 변제됐다. 학원 설립자로서 자신의 재산을 모두 기부한 뒤 자식들에게 상속 재산을 주지 못해 일부 급여 형태로 지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봐줄 만한 정황이 있다고 봤지만 법원은 생각이 달랐다. 이제 김 이사장은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나와야 한다.
지난해 2월에는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불출석한 혐의로 검찰이 약식기소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법원이 모두 정식재판에 넘겨 파란이 일었다. 이들은 모두 법정에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에 서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검찰은 상습적으로 국감에 불출석한 이들 ‘유통 4인방’에게 벌금 400만~700만원형을 청구했지만, 1심 법원은 이들에게 검찰 구형 액수보다 높은 법정 최고형(벌금 1000만원)을 선고해 엄벌했다.
영훈국제중 입학 명목으로 김하주 이사장에게 수천만원을 건넨 학부모 4명도 지난해 8월, 검찰의 약식기소로 넘어가는 듯했지만, 법원은 “사안이 사회적으로 민감해 약식명령을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며 이들을 모두 정식재판에 넘겼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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