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살이상 운전자 사망사고 비중
5년새 4.2%p 늘어나 14.4% 달해
면허 소지자 증가보다 2배 빨라
경찰, 실버마크·안전교육 강화
5년새 4.2%p 늘어나 14.4% 달해
면허 소지자 증가보다 2배 빨라
경찰, 실버마크·안전교육 강화
지난 1월25일 밤 11시10분께 버스운전기사 ㄱ(70)씨는 서울 영등포를 지나 구로역 쪽으로 버스를 몰고 있었다. 구로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다다랐을 때였다. 횡단보도에서 10여m 떨어진 데 서 두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ㄱ씨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보행자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다.
2월3일 밤 8시50분께, 80살 택시운전자 ㄴ씨는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앞에서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ㄴ씨는 오거리 편도3차로를 따라 운행하던 중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뒤늦게 발견하고 급하게 멈추려 했지만 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건 모두 운전자가 고령인 탓에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빨리 인지하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늦게 밟은 것 같다”고 말했다.
65살 이상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 사건이 크게 늘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고령 운전자의 절대 숫자가 늘어나는데다 이들의 운전능력 역시 저하되고 있어서다.
23일 서울지방경찰청의 ‘고령운전자 사망사고 현황’을 보면,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는 2008년 559명에서 지난해 737명으로 5년 새 3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5870명에서 5092명으로 줄었다.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중 65살 고령자의 비중이 2008년 4.2%에서 지난해 6.4%로 늘어나면서, 고령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비중도 같은 기간 10.2%에서 14.4%로 증가했다. 택시·버스·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고령 운전자도 전체 운전자의 15.2%다. 급속히 고령화가 이뤄지면서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고령자들이 많은 것이다.
선진국들은 고령 운전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일본은 70살이 넘는 운전자의 면허증 갱신 때 인지 지능검사 등을 실시하고, 뉴질랜드는 80살이 되면 운전면허가 자동으로 말소돼 2년마다 갱신시험을 치러야 한다. 우리는 이제야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아직은 계도와 교육을 하는 정도다. 경찰은 경로당·노인복지관 등을 찾아 교통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고령 운전자의 차에 ‘실버마크’를 붙이도록 할 방침이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양보문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노원구 주민 김아무개(85)씨는 “젊을 때와 달리 반응 속도도 느리고 야간에는 앞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아 꼭 필요할 때 주로 낮 시간대에만 저속으로 자가용을 이용하지만 조금만 늦게 가도 뒤에서 차가 빵빵거리고 욕설이 들려와 차를 빨리 몰아야 할 때가 많다. 고령 운전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서영 서울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고령 운전자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양보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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